[멈출 줄 아는 용기]
진정한 러너는 빨리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달리기에서의 멈춤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대회 도중 부상이나 연습 부족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어 멈추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취미나 선수로서 달리기를 이어오다 어느 순간 달리는 행위 자체를 내려놓는 경우다. 어느 쪽이든, 넝쿨째 굴러 들어온 호박을 스스로 포기할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본디 끝을 모르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멈춤은 더 달릴 수 있음에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욕망을 절제하는 행위다. 반면 포기하는 멈춤은 욕망은 앞서가지만 그 욕망조차 감당하지 못해 멈출 수밖에 없는 상태다. 전자는 자발적 멈춤이고, 후자는 수동적 멈춤이다. 같은 멈춤이라 해도, 그 결은 분명히 다르다.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다. 가진 에너지를 끝까지 소진하는 육체적 행위인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태도를 끊임없이 되묻게 하는 정신적 운동이다. 그럼에도 주로(走路)에 서는 순간, 우리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욕망으로부터 좀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이 양면성이 달리기를 더욱 고약하게 만든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저마다의 능력과 그에 맞는 자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며 미치지 못함을 탓하게 된다면, 굳이 주로에 설 이유가 있을까.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릴 수는 없다’는 근본적인 명제를 잊지 않는 것이 먼저다.
달은 물을 끓일 수 없지만 어둠을 밀어낸다. 호랑이보다 고양이가 쥐를 더 잘 잡는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자리와 쓰임이 있다. 다른 사람보다 잘 달리지 못함을 자책하기보다, 지금의 자리에서 나만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마라톤을 남과 비교하며 싸운다면 결코 멋진 마라토너가 될 수 없다. 마라톤은 결국 자신의 몸과 마음과의 싸움이다. 가고 싶지 않은 몸과, 끝까지 가고 싶어 하는 마음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협과 절충의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완주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쉽게 멈출 수 없다. 수많은 대회에서 몸과 마음을 담금질하는 일은, 멈출 수 있는 용기를 마일리지처럼 차곡차곡 쌓아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달포 만에 하프 거리를 달렸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연말에 이어진 송년회로 술을 과하게 마셨고, 연습도 부족했다. 17km 지점을 넘어서면서 결국 걷기도 했다. 포기하지도, 멈출 용기를 내지도 못한 채 졸장부의 민낯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언젠가는 멈춰야 할 날이 올 것을 알기에, 포기 대신 용기 있는 멈춤을 선택하기 위해 오늘도 다시 달릴 것을 다짐한다.
[일시] 2025년 12월 28일
[대회] 연습(양재천, 한강 일원)
[기록] 2시간 13분(2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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