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桃溪遊錄

'한해살이' 밴드 공연

[청춘들의 정거장]

 

젊은이들의 '성지', '홍대입구'에 입성한다. 홍대입구가 입소문 돌면서 활성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 미대 중심의 예술 분위기와 인디 음악, 클럽문화가 결합되면서 젊은이들의 아지터가 되었다. 이어 2000년대 중. 후반 이후 방송 콘텐츠가 활발하게 제작되며 개성의 공간에서 상업적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한 때 클럽중심이었던 홍대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머물러 노는 곳이 아니라 가볍게 들러 경험을 수집, 기록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하여 한 때 쇠퇴기를 맞았던 홍대는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압구정, 경리단길, 이태원처럼 젊은이들이 휩쓸고 간 지역은 유행처럼 쇠퇴기를 맞아 사라지기 일쑤였는데, 홍대입구만은 아직 건재하다. 그 이유는 뭘까. 홍대입구는 하나의 문화가 자리 잡았다가 권태에 이르렀을 즈음, 또 다른 콘텐츠가 기획되고 유행을 만들어 내는 탄탄한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막내아들이 친구들과 '한해살이'라는 밴드를 결성해 일 년 동안 틈틈이 연습하고 다듬어 공연을 올리기로 했다. 장소는 홍대입구 주변 '우주정거장'이라는 이름의 공연장이다. 협소하고 천정이 낮아 답답하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이 적은 비용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라 그들에게는 대극장 못지않게 소중한 공간이다.

 

공연은 1부, 2부 나눠서 열서너 곡 연주됐다. 주로 젊은이들이 호응하고 좋아하는 곡들이었는데, 나도 두세 곡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들은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맡았다. 그는 음악적 자질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한다. 그저 친구들이 좋아서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고 술 마시며 아름다운 추억 쌓기에 동참한 셈이다. 잦은 출장과 바쁜 일과로 연습량이 충분치 못해 실수가 잦지만, 연주자들과 관객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관객 구성이 거의 연주자들의 지인이어서 그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아끼려는 마음이 더 크다.  

 

'한해살이'라는 밴드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들은 올해 그들과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기에 내년에는 함께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상이 바빠 제대로 연습하지 못하니까 멤버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 같아 적당히 거리를 두기로 마음을 정했다.

 

한해를 마감하며 만난 '한해살이' 공연은 내게 각별한 감회를 남겼다. 젊었을 때부터 악기 하나쯤은 다루고 싶은 소망을 품고 살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채 이 빠진 동그라미로 남아있다. 모든 젊은이가 이런 시간을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은 그들의 정거장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나누고, 마음껏 음악을 하는 청춘들이 마냥 부럽다. 우주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면서도 두려움 없는 멋진 청춘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일시] 2025년 12월 14일

[장소] 우주정거장(홍대입구)

 

공연 포스터

 

자작곡(낭만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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