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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마 라 톤

2023년 동아 서울마라톤(Full - 43)

by 桃溪도계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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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평정심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닫혔던 시간들이 하나 둘 열리면서 굳게 잠겼던 마라톤의 빗장도 풀린다.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경계는 하되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웃이어서 마라톤을 즐기는 동호인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스포츠 대회인 동아 서울마라톤 역시 4년 동안 굳게 잠겼던 문을 연 것이다. 31,500여 명의 건각들이 그동안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이야 오죽했겠냐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결기에 찬 자신감으로 무장을 하고 만면에 미소 가득이다.

 

그동안 연습이 충분치 않아서 출발점에 서면 언제나 두려움이 많다. 오직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는 마음을 곱씹으며 평정심을 잘 유지하면서 달리기를 다짐한다. 속도를 낼 수도 없을뿐더러 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능력에 한계가 있으니 다른 사람들의 기록과 비교는 무의미하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그랬다. 오직 나 자신만의 기록이다. 그러니 속도를 줄이고 이 순간을 즐기자. 말은 쉽지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안다. 

 

5km 지나면서부터 왼쪽 종아리에 통증이 온다. 평균 시속이 10.9km/h 다. 이 속도로 가면 후반에 지칠 수도 있으니 속도를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좀 천천히 뛰었지만 속도가 잘 줄어들지가 않는다. 달리다가 힘들면 천천히 달리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같은데도 마라톤 주로에 서면 그게 쉽지 않다. 10km 구간의 평균 시속도 10.9km/h 다. 같은 속도로 계속 달리니 앞서 출발했던 사람들을 많이 앞지르게 된다. 다행히 종아리의 통증이 안정되어서 안심이 되었다. 끝까지 10.9km/h로 달릴 수는 없을 텐데 걱정이 앞선다. 

 

20km 지점에서도 속도가 줄여지지가 않는다. 가는 데까지 가 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호흡을 안정되게 관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입을 벌리지 않았다. 마지막 결승점을 통과할 때까지 입을 벌리지 않는다면 오늘 레이스는 성공이다. 30km를 지나면서 체력에 부담이 온다. 왼쪽 허벅지에 통증이 오고 오른발바닥 족저 근막에도 통증이 온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레이스를 이어간다. 아직 10.9km/h의 평균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35km를 지나면서 오른쪽 두 번째 발가락에 통증이 온다. 피로가 축적되면서 레이스는 10.8km/h의 속도로 줄어들었다. 속도가 줄어들었지만 심리적으로는 불편함 보다는 오히려 안정감이 생겼다. 한 발 더 빨리 가기보다는 온전하게 골인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니까 평정심이 유지된다. 37km 지점에서 스프레이 파스를 허벅지와 종아리에 뿌렸다. 당장의 효과보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 5km 구간에 접어들자 평균속도는 10.7km/h로 늦어진다. 그렇지만 동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호흡을 안정되게 유지하기를 바랐다. 

 

끝까지 입을 벌리지 않은 채 결승점을 통과했다. 나름의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대체로 편한 레이스를 한 셈이다. 아마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평정심을 흩트려 뜨리지 않아서 얻은 결과이다. 마라토너 대부분이 그러하듯 나도 결승점을 두고 남은 힘을 모두 짜내어 속도를 내어 뛰었다. 하지만 결승점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 다리를 절뚝였다. 오른쪽 두 번째 발가락 발톱에 멍이 들어서 통증이 심해 걸을 수가 없었다. 발톱이 빠지고 재생되는 동안 당분간은 달릴 수 없을 것이다. 한 번의 달리기를 위하여 발톱을 뽑은 횟수가 한두 번이 아니니 으레 껏 받아들인다. 다음에 또 발톱은 빠질 수 있겠지만 마라톤은 나에게 평정심을 가르치는 훌륭한 스승이다.  

 

 

[일    시] 2023년 3월 19일

[장    소] 서울 시내

[기    록] 3시간 57분 09초

 

흥인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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