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桃溪遊錄

부부클리닉 '나는 시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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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클리닉  '나는 시어머니다'

 

 

안녕하세요, 항상 고생 많으십니다.
오늘 사랑과 전쟁 "나는 시어머니다"편을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가정의 가장 기본 축이 되는 부부 사이의 불화를 드라마로 재구성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교훈과 의미를 보여주는 제작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오늘 방영된 편을 보다가 의아한 점이 들고, 또 그에 대해 답변을 구하며 시정을 해주십사 부탁드리고자입니다.

오늘 방영된 편에서 시어머니의 불합리한 행동과 어거지 시집살이, 가부장적 태도, 그로 인한 큰집, 작은집 부부들의 불화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화가 치밀게 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옛날 시어머니와 현대 며느리의 갈등도 잘 풀어내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고 마지막에 진행자분께서 하시는 말씀은 "이렇게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시어머니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분명, 드라마에서 그려진 어머니는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큰 아들밖에 생각하지 않으며, 남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일종의 정신 장애까지 의심되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분명 이 시어머니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깊숙이 물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시어머니가 "가부장적인"사람이었을지언정, "유교적인" 사람은 아니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조선 다음에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세워졌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훼손되었습니다.

유물과 문화재들은 물론이고, 정신문화까지도 일제에 의해 심하게 훼손되었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유교"에 대한 오해입니다.
"조선이 유교때문에 망했다"라는 인식은 일제가 조선을 망하게 하고 자신들이 나라를 차지한 것을 합리하하기 위한 말입니다.
유교 이념 어디에서도,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그릇되게 대해야 한다는 이념은 없습니다. 무조건 명령에 복종하라는 말도 없습니다.
오히려 18세기 말, 외세가 몰려오고 일제가 나라를 차지하기 전까지, 며느리는 집안의 실질적인 경제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면서
시어머니와의 조율 속에서 집안을 운영해야 하는, 그래서 서로 존중하고 따라야 하는 존재였습니다만
(특히 "유교" 이념이 확립된 양반가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19세기~20세기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전란을 거치면서
마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시어머니들처럼,

현재 한국 사회의 많은 시어머니들처럼 자식들과 며느리라면 무조건 자신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것처럼 그려졌습니다.

조선은 500년동안 지속된 나라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조선만큼 체계적인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한 나라도 없었으며
"조선왕조실록"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民인만큼 애민사상이 강한 나라였습니다.
500년동안 지속된 이유에는 그 나라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인 "유교" 이념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500년이라는 시간동안 민들의 반란 횟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적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유교는 종교가 아니었습니다.

유교는 나라를 통치하기 위한 이데돌로기즘에 기인한 학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유교란 무엇일까요?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 유교의 기본 이념인 오륜(五倫)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륜(五倫)은 <맹자>라는 책에서 유래하는데,
부자유친父子有親 : 어버이와 아들 사이에는 친함이 있어야 한다
군신유의君臣有義 :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한다
부부유별夫婦有別 : 부부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
장유유서長幼有序 :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
붕우유신朋友有信 :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 다섯가지 입니다.
즉, 유교에서는 지금과 같은 법치 시스템이 아닌, 왕, 관료들, 일반 민들에 이르기까지,

위 다섯가지 사상을 근본으로 하여 백성들이 스스로 덕德을 가진다면 나라가 통치될 것이라는 사상이 기반이 된, 윤리학이자 정치학인 것입니다.
왕, 어버이, 어른이 먼저 덕을 가지고 모범을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신하, 아들, 어린 사람이 그 행동을 본받아 덕을 행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500년간 버티게 한 힘이었습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는 것, 즉 부부 사이에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남녀차별적인 사상이 아닌가.

오늘 드라마에서 표현 된 시어머니를 "유교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본래 부부유별, 즉 부부 사이에 "구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남존여비, 즉 남자가 존귀하고 여자가 비천하다는 그런 사상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글로 번역되고 바로 전조인 조선의 패망에 대한 책임을 유교로 돌리면서,

여기에 일제의 조선 비하 노력까지 가미되어 마치 부부유별이 남존여비사상인양 포장된 것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이유입니다.

유교에서 말하는 "구별"이란, 해야 할 직분을 이릅니다.
夫, 즉 남편은 남편으로서 아내를 아껴야 하고, 가장으로서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시켜야 하는 존재이며,
婦, 즉 부인은 부인으로서 남편을 아껴야 하고, 집안을 실질적으로 꾸리는 존재로서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시켜야 하는 존재입니다.
남편은 남편으로서의 도리가 있고, 부인은 부인으로서의 도리가 있다는 것이 부부유별 사상의 핵심이며

시대가 많이 바뀌어 여성들이 모두 동등하게 교육받고 일하는 사회에서도 성에 따른 성역할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남편으로서의 역할이 있고 아내가 아내로서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 남녀차별 사상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역사적 상황에 맞물린 비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부부유별이라는 사상의 또다른 핵심적인 사상은,
夫가 다른 여성들과 자신의 부인, 아내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에 의아함을 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실질적으로 조선은 절대 일부 다처제 사회가 아니었음을 상기하신다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남편은 여자를 성적인 관계로만 보지 않고, 가정을 이루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부부유별이 가지는 또다른 의미인데, 왜 남편은 다른 여성과 자신의 부인을 구별해야 할까요?
왜 고리타분해보이는 유교에서 이를 주장할까요?
사실상 유교의 출발점은 부부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유교는 통치철학이고, 국가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태어나려면 부모가 있어야 하고, 이것이 유교에서 효를 중시하는 이유이며,

인간은 결국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유교의 가장 근본은 부부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교에서는 부부를 그 무엇보다도 강조했으며, (부부가 있어야 자식이 있고, 자식이 있어야 사람이 있으며,

사람이 있어야 군신관계, 부부관계, 붕우관계 등 여타 관계들이 성립되기 때문에) 부부가 세상의 근본이라고 여겼습니다.
남편이 부인을 아끼지 않고, 또 부인을 부인으로 대접하지 않고 다른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아 가정의 근간을 흔들고자 한다면

이는 부부유별에서 가장 어긋나는 일이고, 그래서 조선 후기 양반들 중 첩을 들이는 양반들이 있었음에도

공공연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드러냈다가는 질타당했던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혹자는 제게, 남녀차별이 유교사상에 없다는 것은 그렇다고 치고, 아들과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것이
유교사상에서 파생된 것이 아닐까 물으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저는, 공자의 말씀에서 그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논어" <학이>편 11장에는
子曰: 父在 觀其志 父沒 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에는 그(자식)의 뜻을 관찰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그(자식)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니, 3년동안 아버지의 도(행동)를 고치지 말아야 효라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도, 3년간 지켜보고 후에 고치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즉, 3년동안 따라보고 아버지의 행동이 옳지 않으면, 자신의 방법대로 하는 것이 진정한 효임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주주(주자-성리학을 정립한 사람-의 주, 해석)에는
"사씨가 말하였다. 아버지가 하신 것이 만일 그 도리라면 비록 종신토록 고치지 않더라도 되지만, 만일 그 도리가 아니라면
어찌 3년을 기다릴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자의 위 말에 대하여서도, 유교의 대 학자들 사이에서는 아버지의 도가 옳지 않으면 3년을 기다릴 수 없다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즉, 유교에서는, 부모님의 말씀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이 사실을 입증할 구절이 많습니다만, 학식이 짧은 관계로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제시하겠습니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유교에서는 1)남녀차별 혹은 남존여비 사상이 존재하지 않고
2)부모의 말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효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본 편에 방영된 시어머니는 누가 봐도 올바른 행동을 행하고 있지 않으며, 부모가 잘못된 도(방법)를 행한다고 해서
자식이 무조건 그를 따라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시어머니가 "가부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지언정 "유교적인"사람은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KBS는 공영방송이고,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적인 방송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파급력을 미치는 만큼
혹여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전통 문화 유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까 우려가 큽니다.
또한 드라마를 제작한 제작진과 작가 분들이 그런 단어를 택하기 이전에 유교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과 원리를
아주 조금이라도 공부하셨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아니, 공부하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신중을 기하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토록 패악한 시어머니를 "유교적"이라고 표현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에이 뭐 그런 단어 하나가지고 그래"라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영방송에서의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아 저런 시어머니 그래그래 저런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시어머니는 진짜 복장터져서!! 이 사회가 빨리 바뀌어야 해"

이런 생각이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이자 지켜야 할 자랑스러운 가치와 덕목과 윤리를
"그래 유교적인 거 저런거 없어져야 한다니까"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사장시킬까봐 두렵습니다.

물론 유교적인 관습에서 비롯한 부정적인 인습들이 존재했지만, 그것은 "인습"인 것이고
그 어떤 사상과 윤리에서도 무조건 선한 부분을 발견할 수는 없는 것이며
좋은 것을 취하고 인습적인 것은 배제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러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고,
제작진 여러분들이 역사적인 가치를 가진 전통 문화 유산과, 인습과 그릇된 인식이 결합된 무언가를 구분하고
그를 드라마에도 반영할만한 판단력과 지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의 단어 선택에서는, 조금 더 신중을 기하여
공영방송으로서의 품위를 지켜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딸아이의 시청자 의견(1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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