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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라 톤

산악마라톤 (불수사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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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사도북 오산종주

 

별난 새벽을 여는 사람들.

모두가 잠든 깜깜한 새벽에 전등을 들고 산에 오른다.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열 통 터지는 스트레스를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사람들일까.

 

그것도 아니면

올림픽을 준비하는 사람들일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집단들이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신에게 미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미친 줄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평범한 일상처럼 계획하고 준비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이다.

 

향로봉에 오를 때쯤

서쪽 하늘에 걸린 큰 달이 제 집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풍선에 바람 빠지듯 달이 줄어들어야 쏙 들어갈 텐데 좀처럼 바람이 빠지지 않는다. 10년 정도의 주기로 달과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라서 달이 커졌다 한다.

바로 그 때문이리라. 큰 달을 하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새벽을 헤치고 산에 올라온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우이동에서 식당에 들러 김밥과 막걸리, 그리고 두부 한 모로써 아침을 메우고 다시 도봉산을 향한다, 아직은 견딜만하다.

웬만하면 긍정으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패능선 좀 못 미쳤을 무렵 서서히 몸이 뒤틀린다.

몸이 힘들면 정신도 흔들린다. 이 산을 왜 이렇게 헤매고 다닐까. 꼭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 그렇게 갈등을 저울질하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바람을 건드린다. '도대체 이 미친 짓을 왜 합니까'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라며 되받았다.

 

사패산 정상에는 바람이 많아 추위가 느껴진다. 그 추위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막걸리와 안주, 그리고 시원한 콜라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작년에 이 험한 길을 함께했던 지인이다. 얼마나 힘든 줄을 알기에 조금이나마 응원하고자 아침부터 서둘러서 올라와 기다린 것이다.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생각지도 않은 일을 받아 들고 피로를 덜어낸다. 참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가 아니었다면 완주할 수 있었을까' 고개가 갸웃거린다. 

 

수락산을 오르는 길.

많이 힘들고 지친다. 밧줄을 잡고 기차바위를 오르다가 힘이 빠져서 중간에서 쉬었다. '왜 이러고 있을까'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직 살아야만 된다고 생각하며 하늘을 향해 오른다. 그러고는 기진맥진했다. 다시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면서 달려온 길을 짚어봤다. 친구는 막걸리 먹을 힘도 없다며 사양했다. 수락산 정상에서 하루 종일 달려온 능선들을 가슴에 담으며 마지막 에너지를 축적한다.

 

불암산을 이어 가는 길.

작년에 갔던 길인데 잘못 들어섰다. 되돌아가야 하는 길이다. 잘 못 갈 수도 있는 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길이다. 돌아가면 어쩌랴 그것도 내 길인 것을. 행복하게 돌아가리라.

 

불암산에서 결승점에 이르는 길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길을 잘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길이 흔들린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다. 잠시 힘들고 괴로울지라도 웃을 수 있으면 된다. 우리 지형에 익숙하고 작년에도 다녀갔던 길에서 헤매고 있는데 인도가 고향인 낯선 사람은 어떻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찾아왔을까. 아마 그도 길을 헤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서툰 한국말로 물어서 찾아왔을 것이다. 부천에 있는 대학교에서 경영학 교수를 한다는 그분의 용기와 도전은 배울 만하다. 그 사람 앞에서 어떻게 길이 혼란스럽다고 불평할 것인가.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모두 행복한 길이다.

 

 

 

 

 

 

 

 

 

 

 

 

 

 

 

 

 

 

 

 

 

 

 

 

 

 

 

 

 

 

 

 

 

 

 

 

 

 

 

 

 

 

 

 

 

 

 

 

 

 

 

 

 

 

* 일     시 : 2012년 5월 6일

 

* 산 행로 : 북한산(탕춘대 암문 - 향로봉 - 문수봉 - 청수동암문 - 대남문 - 대성문 - 보국문 - 대동문 - 동장대 - 용암문 - 위문 - 하루재 - 백운제 2 매표소 - 우이동

                도봉산 (우이암 매표소 - 원통사 - 우이암 - 칼바위 - 뜀바위 - 신선대 - 포대능선 -

                사패산(사패능선 - 산불감시초소 - 사패산 - 범골 매표소 - 굴다리 -회룡 - 의정부 시내 - 동막골 굴다리

                수락산(동막골 초소 - 도정봉 - 기차바위 - 수락산 정상 - 철모바위 - 코끼리바위 - 치마바위 - 하강바위 - 377봉 -

                철문 - 철탑 - 덕능 고개

                불암산(덕능 고개 - 406봉 - 석장봉 - 불암산 420봉 - 봉화대 - 헬기장 - 청록 약수터

 

* 산행거리 : 45.2km

 

* 기      록 : 12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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