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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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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가끔은 도발적이고 다소 삐뚤빼뚤한 행로를 걸어보고 싶다.

평탄하고 굴곡이 없는 삶은 자칫 지루하고 권태가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신선함을 채우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특별히 준비 할 것도 없고 부산 떨 일도 아니다.

그냥 편하게 일상 속에서 일상이 아닌듯이 떠난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자마자 설악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길.

울산바위를 가슴에 안는다.

차가운 설악의 공기를 폐부 깊숙히 밀어 넣으며 희망을 품는다.

참 좋다.

 

몇 년 전 산불이 나서 국보급 문화재가 소실되고 엄청난 충격을 안겼던 낙산사의 풍경은 많이 안정되었다.

어느새 고찰의 풍모가 느껴지고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근심 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해가 서산으로 까딱까딱 넘어가는 시간이라 다소 얼씨년스럽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서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파도는 잠시도 가만 있지를 못한다.

살아있기 때문일게야.

그 차가운 소리가 사찰의 조용함을 깨운다.

여기서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들을 것인가.

아무것도 얻을 것도 없으며

들어야 할 것은 그 무엇일까.

 

 

 

 

 

 

 

 

 

 

 

 

 

 

 

 

 

 

 

 

 

 

해가 떨어지는 깜감한 밤에

우리는 용대자연휴양림에 자리 잡은 권가락지에 둥지를 털었다.

몇 년 째 들락거리면서도 그 포근함은 언제나 한결같다.

시간의 흐름속에도 인정은 변하지 않고

술 한 잔과 잔잔한 담소가 겨울의 밤을 은근히 즐긴다.

금강산 끝자락이면서도 언제나 설악산 언저리 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시절과 환경이 만들어 놓은 착각은 아닐까.

작년에

별이 초롱초롱한 밤에 차를 두고 걸어 올랐던 일을 생각하면

그 또한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래

우리 삶은 여행이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이다.

그 여행 속에서

때로른 울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행복해 한다.

흙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

한 줌의 흙 앞에서는 추억 마저도 한 점의 사치일 뿐이다.

 

뜨끈뜨끈한 방에서

아침이 뜨는 줄도 모르고 늦잠을 잤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가한 일요일 아침이다.

그동안

아침을 느긋하게 느끼지 못하고 일찍 일어나야만 했던 것도

조급함을 견디지 못하는 작은 병은 아니었을까.

 

 

 

 

 

 

 

 

 

 

 

 

용대리에는

황태의 풍년이 익어간다.

예전에는 명태가 모자라서 덕장이 텅 비어 있었는데,

올해는 덕장마다 풍요로움으로 가득하다.

생활이 좀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지금쯤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마음껏 웃는 황태의 모습을 보고싶다.

 

 

 

 

인공빙벽에는 아찔하게 얼음을 오르는 사람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한다.

그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저렇게 힘든 과정이 필요했을까.

 

조용하게 다녀 온 1박 2일

다음에 또 나는 잔잔하게 다녀 올 것이다.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아름다운 한 편의 추억이다.

 

 

 

 

 

* 일     시 : 2012년 1월 14일 ~ 1월 15일

 

* 행     로 : 서울 - 낙산사 - 용대자연휴양림(권가락지 1박)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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