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봉정암
대청봉에 오르는 일
대청봉에 올라서 일출을 만나는 꿈
대청봉에 올라서 파란 하늘을 가슴에 담는 꿈
대청봉에 올라서 산을 마음껏 품어보는 꿈
그것은 꿈이었을 뿐이다.
대청봉에는
일출도 없고
파란 하늘도 없고
마음껏 품을 만큼의 산도 없었다.
흐린 하늘과
가을을 재촉하는 짖궂은 비만 온종일 내렸을 뿐이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제 뜻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간혹 제 뜻대로 이뤄지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우연의 일치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봉정암 산행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설악산 Y능선을 가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질 않았는데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기회가 주어졌고
엉겁결에 따라 나섰다.
비가 오면 갈 수 없는 길이었기에 비를 피해가고 싶었다.
그러나
큰 산은 쉽게 욕심많은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았다.
많이 가고 싶었지만
다음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차선으로 선택 된 봉정암 구담계곡 길
비가 오는 날씨여서 진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내 욕심을 저려 내기에는 충분하다.
이만하면 더 욕심 낼 일이 아니다.
무사히 하산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하다.
계곡마다 수량이 풍부해서
담과 소
그리고 폭포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길을 다툰다.
에너지 넘치는 그들과 동행하며 보낸 하루가 넉넉한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가을이 오면
다시 한 번 거닐고 싶은 아름다운 게곡이다.
참 멋지다.
설악산!
* 일 시 : 2011년 9월 18일
* 산 행 로 : 오색약수터 - 대청봉 - 중청 = 소청 - 봉정암 - 구담계곡 - 수렴계곡 = 영시암 - 백담사 - 용대리
* 산행시간 : 1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