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꽃보다 사람
지난 겨울 모진 추위와 초봄의 이상한파 영향으로 개화시기 조절에 실패한 철쭉.
그들을 맞으러 떠난 산행에서도 기대감은 있었다.
산행 초입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花客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꽃보다 사람이 더 많다.
그런데 누구하나 산을 원망하지 않는다.
기대하고 나선 발걸음이지만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다하여 누구를 탓하겠는가.
탓하기보다는 이렇게나마 함께 할 수 있음을 행복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병목 구간을 지날 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지체할 수 밖에 없었지만 모두들 아름다운 마음들이다.
욕심이야 왜 없었겠는가.
조금만 더 피었더라면..
일주일만 늦게 왔더라면..
사람들이 조금만 덜 붐볐더라면..
그렇지만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이제는 이해할 수 있지 않는가.
황매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오히려 수월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산행을 빨리 재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보니
화장실 기다리듯 줄지어서서 정상으로 오를 수 밖에 없었다.
황매산 정상에서 정상석을 만져 볼 여유도 없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자칫 다칠수도 있겠다 싶어 그냥 눈으로만 담아왔다.
꽃도 피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을까 생각하면서
나 역시 그들 무리중에 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돈다.
정상에서 황매평원을 지나는 길에는 황소바람이 분다.
바람이 저렇게 불어대는데 꽃을 피우지 않고 배길수가 있겠는가.
며칠 지나면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며 온 산이 붉게 물들겠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인간의 바람대로 오라하면 오고, 가라하면 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들은 그들의 이정표대로 따라 갈 뿐이다.
오월의 황매산.
붉게 물들면 오라했는데 미리 서둘러 갔더니 역시나 냉랭하다.
그렇지만 억울하지는 않다.
오히려 고맙다.
이렇게라도 나를 받아주고 안아주는 산이 고마울 뿐이다.
* 일 시 : 2011년 5월 15일
* 산 행 로 : 장박리 - 너백이쉼터 - 철쭉군락지 - 황매산 정상 - 황매평전 = 철쭉군락지 - 베틀봉 - 철쭉군락지 - 장승 - 모산재- 영암사 - 강바위 - 모산재주차장
* 산행시간 : 5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