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응봉능선
올해는 유난히 봄비가 잦다.
지난 겨울 모진 추위를 씻어내려는 앙갚음일까.
모처럼 산행을 정하고 마음을 모았는데 빗방울이 오락가락 거린다.
등산 가방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갸웃거린다.
윷판에 윷가락을 던져본다.
걸이다.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주저하지 말고 그냥 앞으로 가자.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서 마음을 저울질 하지만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리라는 보장이 없는게 인생이다.
오늘 잘못 된 선택일지라도 후회하지는 말자.
그렇게 산에 올랐다.
아니나다를까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내리다가 딸꾹질하듯 잠시 멈추기도 한다.
그러나 원망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들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후회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산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잠시 심술을 부렸던 비도 곁눈질이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의지를 꺽기를 포기했나보다.
운무가 흩날리며 동양화 화폭를 그려낸다.
비 때문에 옹그렸던 가슴이 베시시 웃는다.
하늘은 귀퉁이부터 개이고, 우리의 마음도 하늘 따라 맑게 개인다.
근심을 들어내지 못한채 산에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산은 내게 모든 근심을 내려놓으라 한다.
그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산에 오르면 마음껏 웃을 수 있고, 그 웃음따라 근심도 날아가기 때문이다.
비가 내려도
내게 주어진 길을 피하지는 말자.
산이 내려주는 행로를 따라 묵묵하게 걷다보면 아름다운 행복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알수 있으리라.
다음에 또 산에 오를 때에는
마음이 정하는대로 행하고, 웃음을 가득 담을 수 있도록 가슴을 마음껏 넓히자.
* 일 시 : 2011년 5월 10일
* 산 행 로 : 불광역 - 족두리봉 - 향로봉 - 포금정사지 - 비봉 - 사모바위 - 진관사 - 연신내
* 산행시간 : 4시간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