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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가야산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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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만물상

 

37년 만에 개방을 했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붐볐을까.

가야산 만물상에는 만물의 상 보다도 사람의 상이 더 많았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줄지어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까

콩 타작마당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어디서 어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을까.

서울 시내의 명동 축제현장의 한 컷을 옮겨 놓은 듯했다.

 

산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맞을까.

입시를 앞두고 종교에 귀의하기 위하여 모여든 사람들 같았다.

그동안 산에 자주 다녔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떠밀려서 산행을 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연고로

산행의 맛은 품이 좀 모자라지만

산속에서 구름떼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체험이기도 했다.

 

만물상은

흡사 설악산의 한 골짜기를 떼어서

뾰족한 부분은 좀 깍아서 동글동글하게 멋을 내고

산과 계곡의 크기도 줄여서 아기자기하게 빚어 낸 모습이다.

어떤 산이라도 쉽게 산의 가치를 가늠할 수는 없다.

그만큼 산에는 인간이 범치 못할 위엄이 있기 때문이다.

 

인파를 뚫고 오밀조밀 올망졸망한 만물상 능선을 내려오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사람이 많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던 이유는

위험한 행로이니까 급하게 서둘지 말라는 예고된 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앞 사람을 기다리면서

뒷 사람을 생각해본다.

나 보다 먼저 간 사람이 반드시 빨리 목적에 도착하는 것도 아니며

뒷 사람이 나보다 반드시 늦게 도착하리라는 법도 없다.

인생은

자기 삶이 주어진 행로를 따라 걷는 것일뿐이다.

그 행로에서

조금 빨리 간다 한들 무슨 소용이랴.

좀 천천히 가도 될 것이다.

저승에 이르는 일이 그리 급할 길도 아니지 않은가.

 

해인사로 내려오는 계획된 코스대로 산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런대로 마음의 동요를 누를 수 있었던 것은

산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행로가 바뀌는 것도 이미 계획된 나만의 길이었으리라.

 

 

 

 

 

 

 

 

 

 

 

 

 

 

 

 

 

 

 

 

 

 

 

 

 

 

 

 

 

 

 

* 일      시 : 2010년 11월 14일

 

* 산 행  로 : 백운동 주차장 - 서성재 - 만물상 - 백운동

 

* 산행시간 :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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