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가을빛이 연하게 내려오는 시월에
친구들과 함께 성곽을 걸을 때에는 학창시절의 국사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그때의 선생님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우리끼리 선생님이고 학생이다.
오손도손 지난 이야기들을 추억하며
호젓하게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한 시절 함게 했다는 이유로 우리는 이렇게 평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된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공부라는 잣대로서 현재와 미래를 규정 짓고
우리들의 격을 나누기도 했으며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은 으스대기도 하고
공부를 좀 못하는 친구들은 자칫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 친구들의 현재는 많이 달라져 있다.
아니다.
달라졌다기 보다는 많이 닮아간다.
공부를 좀 잘 한 친구나
공부를 좀 못 한 친구나
삶이라는 굴레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는 없다.
그저 함께 할 수 있다는 현실이 행복할 뿐이다.
오늘 우리는
가을에 성곽을 돌면서 인생을 돌이켜보고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우리들의 우정을 다져본다.
그동안
친구들 간에 섭섭한 일이나 허물이 있었다면 가을에 묻고
향기로운 이야기들로 아름다운 행복을 꾸며가자.
불러 볼수록
더 멋진 친구들아.
우정을 꾸미지는 말자
있는 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 할 수 있다면 뭘 더 바랄까.
볼수록 더 정감이 가는 세월을 함께 하자꾸나.
멋진 친구들
화이팅!
* 일 시 : 2010년 10월 17일
* 산 행 로 : 남문 - 수어장대 - 서문 - 북문 - 동문 - 남문
* 산행시간 : 3시간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