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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8길)
여전히 바다와 숲을 끼고 끝없이 이어지는 길은 별 다르지 않다. 시선에 맺히는 풍경이 조금씩 다르지만 길의 향기를 품은 가슴은 언제나 길 위에 있을 뿐이다. 그 길 위에서 가족은 사랑을 품고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게워내듯 우리는 향기를 게워낸다.
아무리 먹어도 모자라는 게 사랑이고, 아무리 채워도 다 채워지지 않는 게 사랑이다. 그런데 우리는 삶 속에서 내 가슴을 사랑으로 꼭꼭 채우려 한다. 내 사랑으로도 채울 수 없는 나의 가슴을 어떻게 타인의 사랑으로 채울 수 있을까. 꼭 채워야 할 이유도 없고, 채울 수도 없는 가슴을 기어코 채우고 싶거든 비우자.
내게 남은 단 하나의 사랑도 몽땅 비워내서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채워라. 그리하면 내 가슴에는 알지 못할 진한 향기가 자신도 모르게 스며 들것이다. 향기로 채워진 가슴은 항아리에 새긴 청화와 같아서 항아리를 비워도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길 위에서 타인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찾다 보면, 최상의 善의 경계에서 작지만 맑은 행복을 찾을 수 있으리라.
* 일 시 : 2010년 5월 22일
* 행군거리 : 16km
* 위 치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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