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7길)
누가 올레길을 바람 들게 했나.
물어보나마나 사람들이다.
서울 사람들은 넓은 서울에서 걸을 곳이 없어서 힘들게 제주까지 와서 걷느냐고 제주도 사람들이 묻는다.
그러고보니 그럴 듯한 질문이다.
왜 제주까지 와서 길을 걷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 길을 걷기 위해서 두달 전부터 비행기 예약을 하고 마음을 별러왔다.
올레길을 가만히 두고는 못 참겠다고 심통이 났던게야.
결국 우리도 올레를 바람들게 들쑤셔본다.
힘들게 마음을 모아서 올레의 장도에 오르기 위하여 출발선에 섰는데 비가 내린다.
우의로 중무장을 하고 첫 발을 내 딛는다.
외돌개에서 시작하는 올레 7길은 소문난 길이다.
그만큼 풍경이 아름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변을 따라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그으면서 무심히 걷는다.
비가 내리는 길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올레를 목적으로 제주도까지 왔으니
비나 눈이 내린다고 포기 할 일은 아니었기 때문일게다.
5월의 올레길은 싱그럽고 넓고 푸른 바다는 가슴을 넓게 편다.
길을 걷다가 중간중간에 만나게 되는 야자나무 숲은
이국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비가 많이 내리는데도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의 표정이 밝아서 좋다.
우리도 함께 밝은 표정을 만들며 걷는다.
마주오는 사람과 스치듯 지나겠지만
잠시나마 행복감을 주고 싶다.
아이들이 별 지친 기색없이 묵묵히 잘 따라와 주어서 마음은 한결 편하다.
평소 같으면 짜증을 내고 별별 엉티를 부려대겠지만
처음부터 마음을 다잡아 먹었는지
시종일관 편안하게 따라와 주니
이번 올레길의 장도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길에는
숲이 있고, 바다가 있고, 사람이 있다.
숲이 없는 길, 바다가 없는 길은 존재할 수 있으나
사람이 없는 길은 의미를 상실한 하나의 선에 불과하리라.
길을 걷다가 가끔 만날 수 있는 민가는 또 다른 정감을 준다.
길에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는 기쁨은 작지만
편안한 행복감을 안겨준다.
울퉁불퉁한 길도 가끔은 필요하다.
평탄한 길만 걷다보면 쉽게 식상해하거나
삶이 무의미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친 길은 걷기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삶에서 활력을 채우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길이다.
가끔은 거친 길을 걸을 때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좋다.
해변가에 군 시설이 들어선다고 현지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기를 들었다.
객의 입장에서는 누구를 응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오늘날 같이 북한의 도발이 점점 강경해지는 시점에서
현대화 된 군 시설을 마냥 거부만 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며
맑은 바다를 잘라내어 생태계를 교란하는 일도 간과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레 7 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곧장 8길로 이어 걷는다.
비가 내려서 앉기도 불편하고 쉬기도 불편하지만
대원들이 잠시만 쉴 틈이 생겨도 앉는 횟수가 잦아진다.
15km 이상을 걸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그늘이 있는 곳에서 자리를 펴고 눈을 잠깐 붙이며 쉬고 싶은 길이었는데 그럴수 없어서 아쉬웠다.
* 일 시 : 2010년 5월 22일
* 행군거리 : 16km
* 위 치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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