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청계천에도 슬그머니 봄이 물든다.
무한적으로 팽창하는 도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뚜껑을 덮었던 청계천.
40년 만에 다시 그 뚜껑을 열었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주변 건물이나 환경도 변했거니와
젊은 사람들이 대낮에 마음껏 포옹하는 모습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청계천의 뚜껑을 닫았을 때는 발을 디딜 공간이 필요했었고
이제는 가슴을 열 공간이 필요해서 뚜껑을 열었다.
뚜껑을 열고보니 개천에 물이없다.
이 일을 우째....
청계천은 이름 그대로 맑은 물이 흐르던 냇가였는데 산업화의 부산물로 오물이 넘쳐나던 개천이 되었다.
복개를 하였다가 다시 열어보니 물이 없다.
그래서 한강물을 끌어올려 다시 내려보낸다.
보기에는 시원해 보이지만 실상은 한강물을 퍼 올려 흘려내리는 인공분수에 다름아니다.
건강하지 못한 한강물을 작은 개천에 흘려 보내기 때문이었을까.
개천은 물때가 많이 끼여서 보기 흉하다.
그렇지만 삭막한 도심 한 복판에서
이렇게라도 작지만 숨통을 열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얻었으니 행복하다.
봄 볕이 드는 청계천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댄다.
아이나 어른 할거없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 향기롭다.
광통교...
예전에 남아있던 일부 교각과 새롭게 끼워 맞춰 넣은 교각으로 다리를 복원했다.
좀은 어색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또 세월을 익혀가며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도심이면 어때..
생명은 시간과 공간을 다투지 않는다.
청계천에도 버들강아지가 싹을 틔운다.
연록색 여린 이파리를 볼때마다 나는 희망을 담는다.
무지개 같은 알록달록한 꿈을 꾼다.
철 잃은 청둥오리 두마리..
그 오리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어린아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그에게 오리가 있는 청계천은 어떻게 기억될까..
지금 청계천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잘 풀어낼 수 있는 어른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천변 까페에는 젊은 사람들, 외국인들이 다정하게 차를 마시며 봄날의 오후 한 때를 보내고 있다.
해가 서산으로 차츰 기울어져 가는 시간에..
그들은 어떤 추억을 담아낼까.
그대로 쭈욱 행복하길 빈다.
저 위에서 풍선을 떨어뜨린 어린아이들...
냇가를 달려와서 징검다리에서 풍선을 기다리는 그들끼리 서로 먼저 잡겠다고 다툰다.
저러다가 풍덩 빠지면 어쩌려구...
그래도 추억을 지울수는 없겠지....
청계천의 봄은
특별나게 잘 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 나지도 않았다.
해가 기울면 잠시 봄 볕을 접었다가 내일 아침이면 다시 봄을 울궈 낼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봄을 쌓아가며 우리들의 역사를 이어 갈 것이다.
청계천 뚜껑을 열었다해서 세상 모든 어려움이 해방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뚜껑을 열면서 입었던 상처들은 봄 볕에 말리면서 치료하기로 한다.
청계천 뚜껑을 열어서 작은 문제점들을 노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숨을 크게 쉴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 일 시 : 2009년 4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