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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 쿨 장 미
캠퍼스에
넝쿨장미가
최루탄을 마시고
몰칵하게 맴맴 떨고있다
충성의 부대낌에 지쳐버린
탈영한 병사의 한탄처럼
명예에 불타던 장미빛 향기는 메말라가고
왜곡된 젖빛 허구로만 채워지노라
싹이 움틀때
지친 나그네를 벗 삼겠다던 충정의 몸부림은
솎아져 버리고
앙탈을 부리던 진딧물도 교만한 웃음으로
발길 돌린다
이제
쏟아지는 한줄기 소나기에
쓸쓸한 빛깔로 슬픔일랑 맡기고
기형으로 잉태된 문둥이 자식에게
너는
썩은 몸짓으로라도
장미빛 향기를 뿜어주렴
처절한 한으로 지친 나그네를 위해
울음으로 웃는 쓰러진 아이들을 위해
1988년 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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