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섬, 바다 그리고 사람.
섬에 닿는다는 것은 신대륙을 발견하는 모험에 접근하는 것이며,
그 섬은 단순히 또 하나의 대륙이라기 보다는 작은 우주에 다름 아니다.
섬에서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우주를 생각한다.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한 점 떨어져 나온 지구.
그 지구에서 또 하나의 점 굴업도에서 파도의 의미를 되새기는 나.
굴업도는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다.
한 때는 방사능 폐기물 저장소로 거론되었다가 화산 지반의 문제로 간신히 위기를 면했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굴지의 기업에서 섬 전체를 사들여서 골프장 및 리조트를 계획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굴업도의 천연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굴업도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글쎄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보존의 의미가 있다.
한 편으로는 자연에 인공의 미를 가미함으로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연출 할 수 있다.
자연의 의미에서는 인간의 손길이 거추장스럽겠지만
인간은 인간의 손길을 거친 모습에서 가끔은 감동을 찾아내기도 한다.
인천에서 두 시간 정도 파도를 가르면 닿을 수 있는 굴업도는 분명 아름다운 섬이다.
서해에서 쪽빛 바다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이국적인 풍경이다.
굴업도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이유를 찾아낸다.
한 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자연 환경의 보존을 위한다면 우리의 행동도 분명 섬을 괴롭히는 일임에 분명하다.
민막집에서 내 놓은 섬 사람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식사 한 끼 만으로도 행복이다.
섬의 정서가 뚝뚝 묻어나는 포만감은 분명 아름다운 이유다.
굳이 굴업도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충분히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때로는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찾아내는 행복보다는
인간의 감정에서 얻는 아름다움에서 가슴을 설레기도 한다.
작은 섬 굴업도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
푸른바다, 모래해변, 사슴이 뛰어 노는 초지, 사구, 분화의 흔적들.
한 때는 민어떼가 몰려와 꿈과 희망을 마음껏 부풀렸던 때도 있었다.
옛 영화를 접고 지금은 그저 조용한 바다이다.
일곱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동네에는 어업이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보다는
여행객들에게 숙박을 제공하고 생계를 이어간다.
동섬 덕물산을 오르다가 마른 하늘에 뜬 무지개를 봤다.
가끔 발생하는 자연 현상이겠지만 나에게는 오랫동안 기억 될 일이다.
굴업도를 떠나 덕적도의 비조봉을 오르면서도 나는 굴업도의 무지개를 생각한다.
내심 상서로운 의미이기를 다짐한다.
세상 근심을 다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굴업도를 떠나오면서 미련을 남긴다.
섬과 멀어지는 배.
야속하기도 하지만 현실을 거부 할 수 없는 일.
다시 만날 행복을 위하여 아름다움만 기억하자.
(굴업도)
(덕적도)
* 일 시 : 2013년 5월 17일 ~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