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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관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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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곡지

 

장맛비가 어슬렁거리기 시작할 때 쯤,

연꽃이 피기 시작하면 9월까지 꽃잎을 갈아 입으며 흐트러지는 세상에 대하여 일침을 가한다.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허접하거나 식상하지는 않다.

볼수록 고결하고 단아한 모습이다.

 

관곡지.

조선 세조 9년에 문신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에 사신을 다녀오면서 연씨를 가져와서 최초로 관곡지에 심었다고 전해온다.

관곡지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연꽃을 잉태했던 곳이라하니 감회가 새롭다.

막연하게나마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정을 나눠왔을 것 같았는데,

그가 우리 곁에 온 것은 그리 오랜 세월이 아니라 하니 고개가 갸우뚱.

 

관곡지를 찾아 갈 때는 왠지 의관과 예를 갖춰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편한 복장으로 산책하듯이 들어서고 보니 겸연쩍다.

그래도 雨中에 찾아갔는데 문전박대야 하겠는가.

소나기가 오락가락 하는 틈을 비집고 찾아 간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대포 만한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

스마트폰으로 신중하게 연꽃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

꽃잎이 비를 피하느라 애 쓴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애써 반갑게 맞아주는 정성이 고맙다.

 

연꽃.

그를 볼 때마다 마음의 정화를 얻는다.

단순한 하나의 꽃에 불과하지만 그에게는 범치 못할 근엄함과 간결함, 그리고 단아한 카리스마가 묻어난다.

찡그리지 않고,

화내지도 않고,

성급하게 서둘지도 않으면서

작은 웃음으로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힘.

 

거울 앞에서 작은 미소를 보낸다.

아직 내 자신도 포용할 수 없는 나.

그래도 웃을 수 있기를 다짐해본다.

 

 

 

 

 

 

 

 

 

 

 

 

 

 

 

 

 

 

 

 

 

 

 

 

 

 

 

 

 

 

 

 

 

 

 

 

 

 

 

 

 

 

* 일     시 : 2012년 7월 14일

 

* 위     치 : 경기도 시흥시 하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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