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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行

검단, 용마 종주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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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 용마 종주산행

 

 

가뭄으로 타 들어가던 대지에 장맛비가 내려 한 숨 돌렸다.

목마름을 참아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뭄 끝에 내린 비가 달콤한 줄만 알았는데,

폭우가 쏟아져 적잖은 피해를 본 곳도 있다하니 세상이 하는 일을 어떻게 인간이 간섭을 할 수가 있겠는가.

 

검단산을 껴 안고 있던 팔당댐과 한강에는 황톳물로 가득 채워졌다.

가물 때에는 강바닥이 드러날 만큼 애처로웠는데,

강 가득 물을 채워서 넘실넘실 흘러봤으면 하고 기다렸는데...

그 강에 황룡이 꿈틀거리니 풍년이 들겠구나.

 

아침부터 서둘러 검단산 산자락에 들었는데,

벌써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만만찮은 거리인데 이른 아침에 산에서 내려오려면 해가 뜨기 전에 산에 올랐던 사람들일까.

간간히 나누는 인사에도 밝은 향기가 묻어난다.

발걸음마다 좋은 일 가득하기를 바란다.

 

엊그제 내린 비로 산 속은 습하다.

중턱쯤 올랐을까.

벌써 땀으로 흠뻑 젖는다.

오늘 산행코스가 만만하지 않은데 초반부터 이렇게 진을 빼버리면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망졸망 이어가는 산행이어서 큰 무리는 없었다.

검단산 정상에서 막걸리 한 잔으로 세상과 나를 씻고나니 한결 가볍다.

용마산까지 능선을 이어가는 산행로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길을 묻기도 아쉽다.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반갑게 느껴진다.

길은 한적하고 숲이 우거진 등로는 우리들만의 길이었다.

한낮의 뙤약볕을 피해 좋은 사람들과 마음을 맞추며 걷는 것도 보약이다.

용마산에서 은고개를 지나 남한산성으로 이어가는 산행로에 잠시 문제가 생겼다.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처음 찾아 든 길이기도 하거니와 이정표도 없는 길.

포장도로를 휘적이며 주민들께 여쭤봐도 신통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

벌써 많이 지쳤는데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아스팔트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고통이었다.

준비가 소홀했던 탓을 어쩌겠는가.

그러나 접을 수는 없는 길.

간신히 남한산성으로 오르는 희미한 등로를 잡았다.

새벽부텨 서둘러서 집을 나와서는 길을 헤매다가 다시 등로를 찾아서는 작은 기쁨을 나눈다.

 

산성 길을 걸으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함께 한 산우들이 말없이 따라 주어서 다행이었다.

길을 못 찾아 헤매일 때,

작은 원망도 있었겠지만 꾹 참고 함께해 준 동료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더운 여름날.

길을 헤매면서도 무사히 끝까지 종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믿음과 격려였다.

하산해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함께 웃을 수 있어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

초행 길에 준비가 부족했음을 자인하면서도

다음이라도 초행길이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초행 길을 익숙한 길 처럼 이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요행을 바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믿음과 격려만 있으면 괜찮을까.

 

 

 

 

 

 

 

 

 

 

 

 

 

 

 

 

 

 

 

 

 

 

 

 

 

 

 

* 일     시 : 2012년 7월 8일

 

* 산 행 로 : 애니메이션고등학교 - 검단산 - 용마산 - 은고개 - 남한산성 벌봉 - 남한산성 북문

 

* 산행시간 :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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