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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 行

동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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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항

 

항구에 들어서면 가슴을 덮치는 비릿함이 나는 좋다.

딱히 이유는 없다.

가끔은 비릿한 생선에서 고향 같은 향수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바다를 고향으로 둔 적도 없고,

바다 주변에서 생활 한 적도 없다.

바다가 그리워 진다는 것은

넓은 수평선과 파도가 뿜어내는 포말, 그리고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백사장을 떠올리겠지만

내 경우는 좀 다르다.

바다의 짠바람에 섞여오는 비릿함을 나는 좋아한다.

가끔은

수산시장의 잘 익은 멸치 젖갈에서 바다를 온전히 담아오기도 한다.

젖갈을 떠올리면 침샘에 침이 가득 고이고

입안은 온통 바다가 되는 까닭이리라.

 

 

 

  

 

 동명항은 강원도 속초에 자리 잡은 작은 항구다.

물론 작지만,

바다가 갖춰야 할 것은 모두 갖추고 있다.

푸른 물과, 하얀 갈매기

그리고 만선을 꿈꾸며 기다리는 고깃배,

풍랑을 막아주는 방파제,

현대식으로 자리잡은 회 센타와

객지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는 건어물 가게,

억센 사투리로 호객을 하는 아주머니의 목청,

회심에 젖은 표정으로 바다를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

그리고 언제든지 세상을 덮으려고 벼르고 있는 파도...

그런 바다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항구의 등대는

내게 또 다른 감정으로 이입된다.

그를 이정표로 삼고 살아가는 배를 보면서

나의 이정표를 찾아본다.

어디에도 없다.

내 가슴에도 없고, 멀리 저 산위에도 없다.

어제도 없었고 오늘도 없다.

그렇지만

내일은 반드시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그렇게 살아간다.

   

 

  

  

 

 

  

 부서지는 파도처럼

가끔은 세상을 향해 막 부딪치며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온순하게 있는듯 없는듯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부딪쳐야먄 내 속에 잠재된

참 나를 꺼낼 수 있을 때는 부딪쳐야만 한다.

파도가

쉬지않고 저렇게 바위에 부딪칠 때는

나름대로 말 못할 사정이 있나보다.

  

 

 

 

 

평온해 보이지만

그는 자신을 담금질하기 위하여 쉬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바다는 없다.

그 순간 그는 생명을 잃기 때문이다.

성난 바다가 때로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기지개 같은 삶의 몸부림이다.

사람들이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바다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 일     시 : 2009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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