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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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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서북능선 성삼재에서 노고단과 반대 방향으로 산문에 드니,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강풍이 불어 산행의 긴장감을 더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일기라 대수롭잖게 여겨 옷을 가볍게 준비했었는데 실수였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한기를 떨치려 앞만 보고 허겁지겁 걷는다. 오르막 길에도 쉬지 않고 어두운 밤길을 헉헉대며 땀방울이 맺히도록 걷다 보니 다소 안심이 된다.  북두칠성, 전갈자리 등 별들이 초롱초롱한 깜깜한 밤에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무슨 근심을 떨치려 입산하는 것일까. 각자 저마다의 아픔이나 근심이 있겠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꾹꾹 눌러 담고 산에 들면 신기하게도 세상 번뇌를 잊어버리는 맛에 중독된 사람들일 게야. 그래서 산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걸음을 멈출 수 없는 까닭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서북능선 길도 .. 2024. 5. 12.
啐啄同時줄탁동시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나올 때, 병아리는 안에서 쪼고 어미는 밖에서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의 '줄탁동시'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서로 인연이 잘 맞거나 알맞은 때에 찾아온 기회를 잘 포착하는 걸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손녀가 백일을 맞아 첫 뒤집기를 시도한다. 혼자서 방을 빙빙 돌며 끝까지 용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함을 느낀다. 거의 다 뒤집었다 싶었는데 마지막 팔을 빼지 못해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는 마음이 짠하다. 다시 포기하지 않고 낑낑거리며 시도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을 보낸다. 나중에는 힘이 빠지니까 좀 쉬었다가 다시 뒤집기를 시도한다. 손녀는 이번 기회에 꼭 껍질을 깨고 나오겠다는 각오다. 그에게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대수롭잖.. 2024. 5. 9.
행복산책 당신은 행복합니까?이 질문에 자신 있게 "네"라고 답변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행복하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언제나 불행하다고 느낀다.행복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 사라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평생 동한 행복하기 위해서 갖은 고통과 불행을 삼키며 살지만, 진정한 행복을 맛본 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잠시 행복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어떤 순간 잠시의 행복을 느꼈다가도 돌아서면 불행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인간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한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행복은 불행의 텃밭에서 불행의 영양분을 먹으며 자라기 때문이다.따라서 불행이 없으면 행복을 싹 틔울 수 없다.불행만이 행복을 잉태할 수 있다. 행복을 원하십니까?그렇다면 불행을 익혀라.그 껍질 속에 행복이.. 2024. 5. 7.
쪽지 이 대리! 안녕하신지요?이 대리와 맺은 인연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처음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준다고 했으니 아마 하늘의 뜻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처음 만날 때부터 어색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회사의 당면했던 문제 해결을 위해 두서없이 마음만 바빴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2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이제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지고 안정이 되어 잠시 인연의 고삐를 느슨하게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대리는 장점이 참 많은 청년입니다.첫째, 모든 일에 긍정적입니다. 긍정의 사고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입니다. 거미줄 같이 엉켜있고, 산더미 같이 산적해 있는 업무에 맞서 핑계를 대거나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이 대리의 긍정적인 에너지.. 2024. 5. 3.
목련이 있는 냉랭한 시선으로 이기를 찾는 잔인한 도시,늦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담장 밑으로 4월이 왔습니다. 창밖의 목련은,순결한 빛으로 가지가지마다 은쟁반을 올려놓고 수줍음을 애써 감춥니다. 목련!예전과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내게 다가옵니다.그리움으로.사랑으로. 사무치는 그리움에 자꾸만 안타까워지는 내 마음을 아는 목련이 있어 이만큼이라도 가슴에 담을 수 있음을 기뻐합니다. 목련이 있는 4월은,깊은 겨울잠을 깨고 봄을 알리는 3월과,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난 5월과 이웃하여 더욱 정감이 있습니다. 이제야 나는 목련이 피는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지금 저 꽃송이 어디에선가 가만가만한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합니다.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송이 사이로 언뜻언뜻 당신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다가가 안아보고 싶지만,영영 보이지.. 2024. 4. 30.
마라톤은 달린다는 의미다 바보야!마라톤은 기록 게임이 아니라그냥 달리는 것이여. 기록이 늦어진다고 좌절하거나 갈등하지 마라그것은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욕심이 많은 것이다.설령 끝까지 달리지 못할 때에도 투정 부리지 마라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부족함이다. 마라톤을 한다는 것은달릴 수 있을 만큼만 달리면 된다는 의미다.달리면서 불만이나 시비가 생기거든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된다. [일    시] 2024년 4월 21일[기    록] 2시간 21분(22km) 2024. 4. 22.
비슬산 산은 결 따라 꽃이 피고, 꽃이 지고 하늘의 기운을 따라 비바람이 오가고 인간은 꽃을 만나고 싶었고 비바람을 피하고 싶었다. 비슬산에 가는 날 참꽃은 저물어 갔고 비는 종일 내렸고 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아무도 탓할 수는 없다 산은 처음부터 그랬다 [산행 일시] 2024년 4월 20일 [산행 경로] 유가사 - 천왕봉 - 대견사 - 비슬산 자연휴양림(10.5km) [산행 시간] 4시간 2024. 4. 22.
테스 형 아버지 기일을 맞아 산소에 들렀다가 각시붓꽃을 만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쁘게 마중 나와서 그저 고맙기만 하다. 아버지 산소에 들러서 이런저런 풀꽃들을 만나는 감회는 언제나 남다르다. 아버지를 만나고 하산하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젖는다.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다는 것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도 알았지만, 봄꽃들의 메신저로 아버지와 만나는 이 시간에도 변함없는 진리다. 1 갑자를 채웠으니 세상 웬만큼 알 만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돌이켜보니 내 삶은 껍데기였다. 2 갑자를 시작해서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다.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렇지만 분간 없이 허둥댈 필요는 없다. 당장은 아장아장 걷기만 하면 된다. 서너 살 배기가 세상 살아갈 걱정을 하는 것도 난센스다. 지난.. 2024. 4. 19.
북한산, 도봉산 [진달래꽃] 매향을 품은 매화 단아한 절제를 닮은 복사 순정을 얘기하던 순백의 이화 개구쟁이 투정을 닮은 노란 개나리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랴 만화방창 너 잘났네 나 잘났네 참꽃은 어쩌라고 설운 분홍빛 모진 바위틈에 눌러 담고 파리한 바람결에 살포시 게워내어 님 오시는 기다림 향기가 계면쩍다 [산행 일시] 2024년 4월 13일 [산행 경로] 불광역 장미공원 - 탕춘대능선 - 비봉능선 - 청수동 암문 - 대남문 - 대동문 - 백운대 암문 - 우이동 - 우이암 - 신선대 - 도봉역(25.4km) [산행 시간] 10시간 50분 2024. 4. 14.
서오릉 時論 [누구를 위한 투표인가] 국회의원 투표를 마치고 서오릉 봄 길을 걷는다. 여기 잠들어 계시는 조선의 왕들은 오늘의 국회의원 투표를 어떤 침묵으로 받아들일까. 여당 야당의 정치 행태가 조선시대 당쟁을 꼭 닮았으니 별다른 첨언이 필요치 않으리라. 다른 게 있다면 조선시대 당쟁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면, 오늘날의 당쟁에는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다. 오직 자신들만의 권력과 삐뚤어진 자기 방어에 매몰되어 있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중 10%에 달하는 30여 명이 검찰에 의해 소환, 기소되거나,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완료되어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거기에 더해 선거 과정에서 선거법으로 고발된 의원이 다수 존재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투표를 왜 하나 싶다. 결론적으로 국민들은 .. 2024. 4. 12.
청산도 [청산도 가거든] 서두르지 마라 욕심부리지도 말고 아니 온 듯 천천히 걸어라 그리고 엎어지듯 낮은 자세로 세상을 보라 진한 삶의 잿물을 뒤척거리다 잊었던 향기를 찾을지도 몰라 청산도 가거든 유채꽃 노란 향기를 탐하지 마라 가끔은 지친 마음에 삐칠지도 몰라 잰걸음으로 가던 느린 걸음으로 가던 항구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 청산도는 또 그렇게 인생을 닮아 있다. [일 시] 2024년 4월 6일 [이동거리] 13.7km 2024. 4. 7.
덕룡,주작,두륜산 강진과 해남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호남의 알프스라 알려진 덕룡, 주작산의 봄. 진달래와 암릉의 멋진 조화가 아스라이 기억의 파일에 저장된 지 10년은 넘은 듯하다.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하기 위해 몇 번 별렀지만 쉬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서울 양재역에서 밤 11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졸고 있던 새벽을 깨워 도착하니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불 빛을 쫓아 몰려든 부나방을 닮은 그들은 덕룡산의 암릉과 붉은 진달래의 마법에 걸려든 사람들이다. 오징어 배를 연상케 하는 전등을 밝히고 만선을 꿈꾸며 새벽 4시에 가파른 등로를 따라 걷는다. 희꾸 무례한 아침이 열리고 이윽고 해가 떠오른다. 그런데 진달래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봉오리들이 서로 곁눈질하며 아직은 .. 202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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