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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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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소녀의 죽음 어느소녀의 죽음 비 개인 오후를 걷는 마음으로 한잔의 술을 마십니다 가뭄에 지친 농부처럼 장마에 지친 숯장수처럼 15세 소녀의 여린 꽃봉우리는 땅이 갈라지는 아픔 아니 몽땅 쓸어가는 허전함을 한탄하지 않습니다 비 개인 오늘 사랑하는 나의 소녀는 한탄할 겨를도 잊은채 소리없이 그냥 시들어 .. 2006. 4. 7.
약수터에서 약수터 에서 태고적 단군의 방울땀으로 천지를 넘나드는 이슬 되었다가 소나기 되었다가 풀잎에 맺혔다가 입김에 서렸다가 한점 약수 되었나이다 또 다시 잉태되는 기쁨으로 빛나게 푸르른 별을본다 1993.06 2006. 4. 7.
사 랑 사 랑 라일락의 진한향으로 기다림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또 다른 기다림을 만들고 기다림은 사랑에 지치고 사랑은 기다림에 눈먼다 1989.04 2006. 4. 7.
그리움 '89 그 리 움 '89 봄바람 속살까지 거침없이 파고들제 안올님 기다리는 이내맘이 죄이런가 초연히 저무는 달이 그리움만 틔우네 달하! 초승달아 초저녁에 쉬 질테면 차라리 떠지나 말아 이내간장 재워두지 불같이 타는 가슴에 그리움만 두고가뇨 1989.03 2006. 4. 7.
그리움 '90 그 리 움 '90 내겐 그리움 하늘 더하기 하늘은 하늘인것을 망각해 버리는 그리움 창밖엔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비가 나의 그리움일랑 동무하는 밤 비내리는 밤 그리움을 보채다 잠에 묻혀가는 오늘 오늘은 다시없는 오늘이지만 그리움은 내일 또 잉태된 그리움으로 다가오겠지 1990.07 2006. 4. 7.
갯벌 갯 벌 절명의 몸부림으로 다가와 긴 한숨 토해내고 올망졸망한 뱃사이로 비틀거린다 찢겨진 꿈 사이로 속살 드러내지만 속살마져 터져버린 뱃머리 너머 고동이 운다 폐선이 되어버린 어제는 되돌아 볼 수 없고 욕망에 맡겨진 바다의 내일은 텅 비어 있다 갯벌의 신화는 진리에 묻히고 우리는 까만 바.. 2006. 4. 7.
일벌과 강아지 일벌과 강아지 일벌은 벌침을 하사받으면서 여왕벌을 위해 충성을 맹세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명분 없는 잔꾀나 술수로 벌침을 버리는 일은 없다. 적을 공격하라 는 명령이 떨어지면 조직을 위하여 본능적으로 벌침을 꽂고 자신을 던질 뿐, 벌침의 길고 짧음을 견주지 아니한다. 벌 세 통을 .. 2006. 4. 7.
파고만댕이의 여름 파고만댕이의 여름 여름날이면 우리는 소를 몰고 뒷산에 있는 앵곡*을 지나 우리들의 천국인 파고만댕이*로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소 이까리를 소뿔에 칭칭 감아 단단히 동 여매어 풀밭에 풀어놓고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아까시나무로 만든 칼을 꺼내서 신나게 칼싸움 놀이를 한판 벌인다. 얼굴.. 2006. 4. 7.
소매치기의 의리 소매치기의 의리 추석 이틀 전 날, 부드러운 달빛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고향 가는 길에 대구에 내려 친구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회포를 푼답시고 반주삼아 술 한 잔 씩 걸치고, 불콰해진 얼굴빛을 드러내 놓아도 부끄러움 없이 거리를 나설 수 있는 젊음이 있었다.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군대에 간 .. 2006. 4. 7.
치자꽃 치자꽃 십년지기 치자나무가 베란다에서 싱그러움을 뽐낸다. 처음에는 그 생김이 잡목이었다. 몇 년 전, 생긴대로 자라게 놔두라는 아내의 성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실한 놈 한 줄기만 남기고 곁가지를 다 잘랐다. 가느다란 줄기의 허약함이 안쓰러워 몇 번이나 후회하기도 했다. 속상해 하는 아내의 퉁명스런 대꾸에, 태연한 척하며 조각난 맘을 감추느라 능청이 길어지기도 했다. 이제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틀이 제법 그럴싸하다. 이만큼 자라는 동안 맘속으로는 항상 미안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비실비실 축 처진 모습이 애처로웠으며, 좀처럼 생기를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시렸다. 항상 나를 원망하는 듯해서 여간 맘고생을 한 게 아니다. 얼마나 화가 났으면 해마다 선물해주던 꽃을 접고 토라졌을까. 그 즈음.. 2006. 4. 7.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설악산 북녘 십이선녀탕을 등지고 매봉산(1.271m) 정상을 향해 걸음을 딛는다. 그리 급할 것도 없는데 허겁지겁 오른다. 탐욕으로 가득 찬 배낭을 매고 욕심을 버리려고 바둥대며 누군가에게 쫒기듯 허기진 발걸음을 채운다. 산중턱에 아름드리 자작나무가 무심히 쓰러져 있다. 안쓰럽긴해도 안타깝지는 않다. 그냥 자연인 것을 내가 끼어들 틈이없다. 겨울산의 정상에는 나지막히 울리는 비움의 메아리만 있을뿐 내 욕심을 내려놓을 단 한뼘의 허접한 공간도 없다. 진정으로 비울때만이 느낄수 있는 작은 행복들이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에 맑은빛으로 투영된다. 이세상은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곳이다.‘ 라는 간디의 메아리가 잔잔한 행복에 겨운 골짜기의 잔설에 흔적을 묻는다. 산은 허영으로 가.. 2006. 4. 7.
연평도 풍경(등단작 -2005 계간 '오늘의 문학' 여름호) 연평도 풍경 돈실러가세 돈실러가세 연평바다로 돈실러가세 에-에헤야 에헤에-에헤 에-에헤 에헤 에헤 어하요 연평바다에 널린조기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 들이자 뱀자(배임자)네 아즈마이 정성덕에 연평바다에 도장원 했네 나갈적엔 깃발로 나가고 들어올적엔 꽃밭이 되었네 연평장군님 모셔싣고 .. 2006.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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