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기일을 맞아 석 달 만에 어머님을 뵈었습니다. 다행히 표정이 밝아서 안심이지만, 작년에 수술했던 허리가 욕심껏 개운치 않아 많이 불편해하시는 모습이 마냥 안쓰럽기만 합니다.
이제는 운전을 못하시겠다며 모닝을 세워두고 노인용 전동차를 새롭게 구입하셨네요.
천하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기개도 세월 앞에서는 한 풀 꺾일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얼마나 많은 고뇌를 곱씹었을까요.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렇게라도 세월 따라 늙어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익히지 못하면 마음의 상처만 깊어질 테니까요.
어머님!
당장은 끼니를 혼자서 해결하시고 계시니 아들 입장에서는 이만한 다행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못난 아들은 내일의 어머님을 걱정합니다. 이 시간이 마냥 길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거동이 더 불편해지면 맏아들인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몇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생각을 고른다는 것은 불효자라는 반증입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가슴으로 따뜻하게 어머님을 안아드릴 수 있다면 무슨 두려움이 있겠습니까.
하늘이 흐려지면 어머님 허리는 더 아프실 테고, 멀리 있는 아들은 어머님이 항상 잘 견디고 계시리라 자위합니다. 그렇지만 두려워 마세요. 제가 현재 벌려 놓은 일들이 어느 정도 수습되면 어머님 곁에서 재롱둥이 아들이 되겠습니다. 그전에 거동이 불편한 일이 생기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겠습니다. 어머님께 만족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성심껏 어머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서두를 필요도 없이 알콩달콩 된장찌개 끓이고 느긋한 호밥잎 쌈 싸서 오래도록 기억 될 모자간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어머님!
맨날 투덜거리며 어머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서운함을 꽂아대는 못난 아들은 아직도 어머님께서 마냥 건강하실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어머님 아들이니 허물을 덮어줄 수밖에요.
어머님 혼자 두고 헤어지는 시간은 언제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더구나 올라갈 때 국수라도 먹으라며 챙겨주시는 돈을 한사코 반대하는 저에게 꼬깃꼬깃 찔러주시는 마음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받지 않으면 아들을 떠나보낸 당신 마음이 더 불편하실 테니까요.
모란이 필 때면 더욱 생각나는 어머님!
다시 모란이 필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마냥 기다릴 뿐입니다. 길 가다가 모란을 만나면 겸연쩍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