桃溪遊錄

추억은 잊혀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桃溪도계 2025. 4. 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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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정을 떠난 지 50년이 넘었다. 그때를 기억하며 반세기의 시간 동안 자신들만의 영혼을 구축하며 살아오다가,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여기서는 각자의 영혼을 잠시 내려놓고 추억을 꺼내어 우정이라는 영혼으로 소통을 한다. 성냄도 없고 짜증도 없어 단순해진 영혼은 행복만을 기억한다.

 

초등학교 운동장 시설 공사 때문에 중고등학교 교정을 빌려 체육대회를 한다. 장소는 어디가 되었건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반가운 인사와 웃음이 교정에 넘실대는 축제다. 각 마을 어른들 초대해서 따뜻한 추어탕과 술과 안주거리를 준비했다. 일종의 경로행사를 겸하는 한마음 체육대회다.

 

보고 싶은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단걸음에 달려왔는데,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일정이 바빠서 못 온 친구들도 있고, 연락이 닿지 않은 친구들도 있을 테지만, 유명을 달리한 친구들의 소식은 안타까울 뿐이다. 나지막이 이름을 불러보니 더 보고 싶어 감상에 젖는다. 조금만 더 살았어도 좋으련만.

 

세월이 흐를수록 추억은 잊혀 갈 것이다. 추억이 잊혀 가는 보폭에 맞춰 각자의 운명대로 영혼도 사라질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추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켜켜이 쌓인 추억을 꺼내 바람도 쐬고 햇볕도 쪼여야 잊히지 않음을 명심하고 자주 만나자꾸나. 행사 주관하고 무사히 마무리하느라 수고한 집행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일    시] 2025년 4월 20일

[장    소] 이서중고등학교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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