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라 톤

마라톤은 꾸준함이다.

桃溪도계 2025. 4. 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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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마라톤 역시 하면 할수록 힘들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 입문해서 열정적으로 연습할 때는 달릴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기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그 시기에 기록에 대한 과한 욕심이 있었던 사람은 부상으로 마라톤을 빨리 그만두는 경향이 많다. 

 

나의 경우, 마라톤 하면서 발톱이 빠지는 자잘한 부상은 상시적으로 경험했지만, 큰 부상을 입은 적은 없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하게 타협하면서 달릴 수밖에 없었던 게, 이십 년 가까이 달릴 수 있는 동인이 되었다. 남들보다 잘 달리지 못함을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라며 변명 아닌 변명으로 둘러대기도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마라톤이 힘들다. 예전처럼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열정도 많이 줄어서 그럴 것이다. 어느 순간 기록이나 참가 횟수에 대하여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니 참 편하고 좋다. 그렇지만 마라톤을 대하는 자세가 느슨해지는 점은 고쳐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마라톤 일정이 잡히면 며칠 전부터 마음 다독이고 음식도 가리고 했었는데, 요즘은 마라톤 전일에도 과하게 술 마시는 때가 가끔 있다. 

 

마라톤의 진정한 가치는 빠름이 아니라 꾸준함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마라토너는 마라톤에 대한 경외심을 외면하면 안 된다. 그것은 마라톤에 대한 모독이다. 앞으로는 마라톤 전일만큼은 술을 자제해야겠다. 오래도록 달리기 위해서는 신체의 기능이나 능력에 맞게 천천히 달리는 것이 빨리 달리는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임을 명심하자. 똑같은 달리기지만, 기록을 의식하고 무리하게 달리기보다는 나이 들어 적당하게 즐기면서 달릴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같은 꽃이지만 나이 많은 홍매화 꽃이 더 예뻐 보이는 것은 세월을 먹은 나무와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일    시] 2025년 4월 13일

[장    소] 한강, 양재천 일원

[기    록] 22km(2시간 6분)

 

만첩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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