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구려 마라톤(Full-46)
최근 들어 마라톤 풀코스 달릴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메이저 대회는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아이돌 공연 티켓 예매처럼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컴퓨터 앞에서 어리바리하다가는 마감되어서 기회를 상실한다. 작년부터 메이저 대회 참여를 못했을 뿐 아니라 올해 개최되는 대회에도 모두 탈락했다. 그래서 소규모 대회나 지방대회를 찾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이쯤에서 마라톤 대회 참여에 대한 방향 설정을 고민한다.
풀코스 달릴 기회가 적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가끔 참여하는 대회가 낯설고 겁이 난다. 일 년 만에 마라톤 풀코스에 참여한다.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적잖은 설렘도 있다. 문제는 올 겨울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려 연습을 게을리했다. 마라톤의 기록은 연습량에 비례하고 고통은 연습량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허벅지 근육이 긴장된다.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이고 바람이 많아 마라톤 하기에는 악조건이다. 손발이 시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발에는 핫팩을 붙이고 장갑을 두 켤레나 끼고 부산을 떨었다. 맞바람을 안고 뛸 때는 볼때기가 아리다. 달릴 때마다 달리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매번 좌절하면서도 매번 다시 출발선에 서는 것은 숙명일까.
전날 술을 과하게 마신 터라 발걸음이 무겁다. 근육 피로 회복이 더디니까 달릴수록 힘들어진다. 마라토너로서 자격 미달 행위이다. 하는 수없이 속도를 늦추는 수밖에 없다. 솔직히 속도를 내고 싶어도 근육 피로가 겹쳐 속도가 나지 않는다. 덕분에 고통은 덜했다. 마지막까지 큰 고통 없이 달릴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주변에서 몸 상하니까 마라톤을 그만하라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많다. 힘들 때는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그만 둘 생각이 없다. 기록에 욕심 버리고 무리 가지 않도록 천천히 달리면 얼마든지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모은다. 선배 마라토너들의 투지와 열정도 좋지만, 천천히 끝까지 달리는 끈기를 배워야겠다.
[일 시] 2025년 2월 23일
[장 소] 한강, 중랑천 일원
[기 록] 4시간 22분 33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