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
운장산
문풍지를 바를 때마다 화려한 채색이거나 바람을 완전히 막아 줄거라 기대하지 아니한다
우리 삶의 인연 또한 그러하다.
인연을 대할 때마다 분에 과한 이익을 바라기보다는 동행의 여운을 서로 나눌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그러한 인연의 굴레에서 때로는 동행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잠깐의 인연도 있다.
하지만 인연의 길이가 짧다해서 모자란 것은 아닐테다.
운장산과의 만남.
산세가 빼어나거나 산근의 깊이가 깊은 산은 아니지만 편안함과 포근함은 어떤 산에도 비할바가 아니다.
상고대를 품은 산정은 겸손하고 기품이 넘친다.
처음부터 운장산을 만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예초에 지리산 산행을 계획했다가 운장산과의 인연을 비켜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운장산을 만난 인연이 곱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쓸쓸함도 있다.
오랜기간 산에서 함께했던 쏠로 대장이 운장산을 마지막으로 대장정을 내려놓기로 했다.
인연의 깊이가 깊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산에서 만나면 언제나 자애롭고 든든함이었는데, 잠시 동행의 끈을 놓아야 한다.
이제 그는 그의 길을 알차게 걸어 갈 것이고, 나 또한 나의 길을 빈틈없이 걸어가야 한다.
기실 따지고보면 잠시 잊는다하여 인연이 아주 끊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걸어가든지 우리는 함께 동행하는 것일테다.
삶이 주는 위대한 명제를 거역하지 않는 한 우리는 아름다운 동행인 것이다.
문풍지로 모든 바람을 다 막고자 함은 아니다.
새어 나오는 바람 만큼은 화롯불을 지피는 불쏘시개라 생각하자.
인연이란 그러한 것이리라.
설악산을 좋아했지만, 오히려 운장산을 더 많이 닮은 쏠로대장님의 행운과 건투를 빈다.
- 2014년 12월, 쏠로대장님을 추억하며 -
* 일 시 : 2014년 12월 14일
* 산 행 로 : 피암목재 - 활모재 - 서봉(칠성대) - 운장대 - 동봉 - 내처사동(6km)
* 산행시간 : 4시간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