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청광종주

桃溪도계 2014. 9. 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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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광종주

 

 

서초구 청계산에서 수원시 광교산 날머리 경기대까지 산능성이를 따라 걷는다.

산 길 또한 삶과 같아서 굴곡을 피할 수는 없다.

땀을 흘리면서 희열과 회한을 섞어보고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희망과 덧없음을 엮어보기도 한다.

꽃을 만나면 작은 미소를 나누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동질적인 감정을 나누기도 한다.

 

도토리와 알밤이 툭툭 떨어진다.

바람이 불면

지난날 마음이 흔들렸던 기억을 떠올리다 떨어지는 알밤을 쫓으며 지운다.

알밤을 주우면서 다람쥐를 떠올렸다.

그런데 다람쥐가 보이지 않는다.

도토리 풍년에 낮잠을 자는지..

아니면 이사를 갔을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알밤이 눈에 띄는 족족 줍는다.

과하다 싶으면서도 손보다 앞서는 욕심을 가눌 수가 없다.

이까짓 알밤 몇 알 없으면 못 먹고 살 것도 아닌데

이 작은 미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인간을 무엇으로 정의할까

다람쥐와 인간의 경계에서 우리는 경쟁을 한다.

치열한 다툼이다.

내년에도 그 후에도 서로의 경계는 허물어지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다람쥐를 위하여 인간들이 줍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다람쥐 개체수가 늘어 날 것이고

산에는 도토리와 밤나무가 득새하여 소나무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정의는 무엇인가.

 

 

 

 

 

 

 

 

 

 

 

 

 

 

 

 

 

 

 

 

* 일      시 : 2014년 9월 21일

 

* 산 행 로  : 개포동 - 화물터미널 - 옥녀봉 - 매봉 -망경대 - 석기봉 - 이수봉 - 국사봉 - 우담산(발화산) - 백운산 - 광교산(시루봉) - 형제봉 - 경기대(27.8km)

 

* 산행시간 : 1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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