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곰배령

桃溪도계 2013. 9. 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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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화원 곰배령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새벽.

이 길을 꼭 가야만 하는가 번민을 쌓다가 마침표를 찍는다.

꼭 가야만 하는 소중한 이유가 있다면 바로 약속이었다.

비가 온다는 이유로 약속을 소홀히 여길수는 없다.

그래 우산을 들고 산행 길을 나서자.

 

축축한 곰배령 산자락을 들춰 비를 맞으며 산을 오른다.

꼭 피난민 행렬같은 모습이다.

자연이란?

비가 오면 오는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그대로이다.

그래서 자연이라는 이름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곰배령 정상에 다다랐을 때 하늘이 열린다.

이만큼이라도 행운이다.

곰배령을 일러 천상의 화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꽃이 그다지 많지 않다.

계절 탓일까.

아니면 기후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처음부터 꽃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소중히 간직하고픈 마음을 모아 '천상의 화원'이라는 애칭을 붙였을까.

 

그런데 왜 많은 꽃을 원했을까.

한 송이의 꽃이라도 쉽게 만들어진 것은 없을텐데..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위대함이라 할지라도 한 송이의 꽃에 비할바가 못된다.

꽃은 자연이며 곧 하나의 우주다.

바람에 흔들거리며 줏대 없어 보인다고 허투로 보지마라.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보다는 가슴으로 받아 들였으며.

모진 비바람에도 곳곳이 서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 일      시 : 2013년 9월 14일

 

* 산행시간 :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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