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 行

봄 마중

桃溪도계 2013. 2. 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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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마중

 

눈이 꽁꽁 언 계곡

산 언저리에 외딴집 하나

밤이 깊어질수록 별이 가까워지는 곳.

차가운 밤 바람을 재우려는 듯

구들목에 발을 묻고 도란거리는 소리가 온기를 물어낸다.

 

여행에서 뜻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별미다.

심심한 고독을 즐기는 혼자만의 여행도 좋지만

여행 중에 같을 길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동질 의식을 느끼고 친구가 되는 것은 또 하나의 행운이다.

추운 겨울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생면부지의 사람들.

그들도 내 마음 같았을거야.

우리는 눈 쌓인 계곡의 의미를 곱씹으며 밤이 늦는 줄도 몰랐다.

보름을 하루 앞 둔 큰 달이 단장을 마치고 밤 마실을 나왔다가 도란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밤이 더 깊어지고

하품이 하나 둘 켜지면서 눈꺼풀이 내려 앉는다.

내 눈 속으로 달이 잠긴다. 

내일 다시 만나자.

 

 

 

 

 

 

 

 

 

 

 

몇 년 전에 큰 불로 재앙을 피하지 못했던 낙산사.

이제 얼추 제 모습을 다 갖췄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건축물의 모양은 비슷해졌으나 세월을 견뎌 낸 흔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었나보다. 

또 한 가지

불 타버린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밑둥치만 남아서 옛 영화를 말 해 줄 뿐이다.

새로 심은 작은 소나무들이 앙증맞게 버티며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다시 얼마만큼의 세월을 입어야 옛 모습을 갖출 수 있을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 간다는 것은 기대하지 말자. 

그것은 우리의 욕심에 불과 할 것이다.

자연에서 복제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홍련암을 향하여 시위하듯 일어서는 파도소리가 오늘따라 더 큰 위엄으로 다가온다.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

봄을 알리는 전령이었을까.

되돌아 오는 귓전에도 지워지지가 않는다.

곧 봄이 오기는 오려나보다.

 

 

 

 

 

 

 

 

 

 

 

 

 

 

 

 

돌아오는 길

소양강 상류가 눈으로 뒤덥혀 있다.

그곳에 사람들 옹기종기 빙어를 낚는다.

작은 구멍 속으로 눈이 모여져 있고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채임질을 한다.

한 두마리씩 세상밖으로 나올 때마다 낚시꾼의 손마디로 작은 미소가 인다.

은비늘이 햇빛에 반짝일 때마다 생동감이 느껴진다.

작은 빙어의 가슴으로도 봄이 온다는 것을 알까.

아마 그렇겠지.

사람들은 제 잘난 재주로 빙어를 낚는다 생각하겠지만

빙어는 당초부터 사람에게 낚일 마음은 추호도 없었을거야.

그에게는 봄이 되면 떠나야 할 길이 있었던 거야.

그 길의 끝에서 밖으로 나갈 길을 모색중이었던거야.

그 길을 낚시꾼들이 앞섰을뿐.

 

 

 

 

 

 

* 일      시 : 2013. 02. 23 ~ 02.24

 

* 행 선 지  : 인제군 용대리 - 낙산사 - 소양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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