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숨은벽
삼각산 숨은벽
잠시 일상을 털고 함께 손을 맞잡는다.
늘 습관처럼 인사를 건네지만 서로간의 세월의 깊이가 다른만큼 삶의 무게도 다르다.
호흡을 몰아쉬며 험로를 오르면
내 자신의 옹졸함으로 감쌌던 경계는 저절로 허물어진다.
땀과 피의 농도가 비슷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숨은벽을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더디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람들을 피해서 숨은벽 능선을 선택했는데
마지막 가을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가보다.
산은 언제나 내가 고생한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내준다.
이 얼마나 고마운 배려인가.
그런데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더러 짜증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갈 길이 급한가 보다.
그랬다면 산에 오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신성스러운 산에와서도 인간과 산이 쉽게 호환을 하지 못하니까 충돌이 생기는가 보다.
하기사 아무리 내 마음을 정갈하고 담백하게 다짐을 해도 무례함을 만나면
내가 산에 있다는 사실조차도 잠시 잊는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들에게도 멋진 행운이 깃드기를 바란다.
숨은벽에서 백운대로 향하는 가파른 계곡길에는 단풍이 곱다.
절정을 지난 단풍잎들이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단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가쁜 호흡을 내쉬며 단풍과 조우한다.
나는 내 욕심만 채울 줄 알았지만,
단풍, 너는 나의 빈 곳까지 혜량할 줄 어찌 알았으랴.
생을 다한 절제된 아름다움이 가슴에 스민다.
내 삶도 단풍처럼 아름답게 갈무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냥 마음 먹은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안다.
산을 내려오면서
함께 했던 친구들과 다음을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다음까지만 우정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다음은 다음에 다시 손가락 걸면 될테니까.
그러고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다.
다음까지야 못할 일도 없잖아.
* 일 시 : 2012년 10월 21일
* 산 행 로 : 효자2동 - 사기막골 - 숨은벽 - 위문 - 도선사 - 우이동
* 산행시간 :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