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대리 숲 길
용대리 숲 길
숲은
무더운 일상으로부터
지친 일상으로부터
답답한 일상으로부터의 경계를 짓는다.
우리들은 가끔
우리들 삶으로부터의 경계를 원한다.
그럴 때마다 숲에 들면 평온을 얻는다.
용대 자영휴양림에서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의 흔적이 드문 원시림을 맞는다.
산행내내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곳.
오직 제잘난 맛에 재잘거리는 산새와
인기척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걸음이 바쁜 다람쥐.
그리고 지친 울음을 늘어 뜨리고 있는 매미.
등로 주변에 꽃을 피웠으나
반겨주는 이가 없어서 하품이 길어진 야생화들.
물살이 순한 맑은 계곡에는 버들치, 쉬리...
가을을 기다리며 양껏 영글어 가는 머루와 다래.
그리고 빼곡히 들어찬 나무와
비 바람에 쓰러져 파란 이끼를 걸친 고사목.
숲길을 걷는 우리.
학원이랑 멀어진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한 고등학생 막내.
정신없이 교정을 누비고 다녔을 대학생 딸.
일상을 벗어나 숲의 경계에 들어와도 그 경계가 무색할 정도로 일상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는 아내
꽁꽁 엉킨 매듭을 숲길을 걸으며 차근차근 풀어보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나
입시 준비로 세상과의 경계를 짓고 와신상담 하며 이 숲길에 동반하지 못한 아들.
용대리의 밤
더위도 없고 모기도 없다.
매미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방들이 불빛을 쫓아 왔다가 부딪쳐 떨어진다.
까만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하다.
별들은 소원을 다 들어 줄 것만 같다.
다음 숲 길을 걸을 때에는
각자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맑은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일 시 : 2012년 8월 12일
* 장 소 : 강원도 인제군 용대자연휴양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