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 숲 길
금강소나무 숲 길
인적이 드문 오지.
그곳에 금강소나무가 없었더라면 평생 발 들여 놓을 일 없었을 것이다.
인연으로
우리는 비 내리는 밤 길을 달려 왕피천이 흐르는 망양정에 다다랐다.
궂은 날씨를 탓하던 바다는 치마폭을 감춰버렸다.
길었던 가뭄의 뒷자락으로 비가 내린다.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얼마나 기다렸던 비였는가.
불영계곡은 길었다.
내장처럼 꼬불꼬불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우리는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간다.
좁다란 길의 끄트머리에는
외지인의 갑작스런 방문에 어리둥절해 하는 할머니와 양철지붕 몇몇 집이 옹기종기 비를 피하고 있다.
분교가 있었던 자리에는 학생도 교사도 흔적이 없다.
다만 금강소나무를 찾아 천리를 달려 온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기대감을 키울 뿐이다.
소광2리 마을회관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할머니는 우중에 이 깊은 골짜기까지 찾아 온 객들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이지만
외지인의 신선함을 읽어내는 눈빛에는 순박함이 서려있다.
그 옛날
보부상들이 울진의 해산물을 지고 봉화를 비롯한 내륙으로 길을 내며 다녔던 곳.
금강소나무 숲 길에는 그들의 애환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한 때,
100여 명이 넘는 무장공비들이 침투해서 아수라장이 되었던 곳.
그래서 더 오랫동안 우리들 곁에서 멀어져 있었던 곳.
보부상들이 꿈을 꾸며 걸었던 길.
무장공비들이 목숨을 걸고 숨어 들었던 길.
그 길에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들어 차 있다.
길을 걷는 내내 비가 내린다.
함께 했던 지인은 비를 피하지 않는다.
가뭄 끝에 내린 단비를 온몸으로 맞겠다는 의지였겠지.
내 자신도 비가 무섭지 않았다.
행복한 금강소나무 숲 길을 걸으며 비를 맞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함께했던 길에 수녀님 두분이 오손도손 비를 맞으며 걷는다.
두메산골 오지에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만나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행복한 동행이다.
보부상과 무장공비들.
그들은 왜 이 길을 택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먹고 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왜 이 길에 들었을까.
나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면 과장일까.
그렇지 않다.
나는 살아남고 싶었다.
그래서 길을 걸었다.
그곳이 어디든
길이라면 나는 길에 들 것이다.
내가 살아남기 위하여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나는 길에 들 것이다.
* 일 시 : 2012년 6월 30일
* 위 치 : 경북 울진군
* 산행시간 : 7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