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방태산

桃溪도계 2012. 6. 2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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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땀으로 흠뻑 적신 여름산을 오른다.

힘든 길이지만 꽃을 만나면서 피로를 던다.

가뭄이 길어져서 생존하기가 수월치 않겠지만 꽃들은 더 강렬한 색깔로 자신의 정체성을 이어간다.

 

방태산

산에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올라보고 싶었던 산이었는데 이제야 그를 만난다.

정상부 능선에는 원시림을 연상케하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하고 군데군데 맷돼지들의 흔적이 즐비하다.

그들도 사람이 온다는 사실을 벌써 알고 몸을 숨겼나 보다.

파헤친 흙이 아직 마르지 않았던 것은 사람들이 산행을 시작할 때 쯤에 그들은 이미 떠났음을 암시한다. 

사람들이 오르지 않았다면 천국처럼 온화하고 평온한 곳이었을 것이다.

지난 해 모진 추위를 잘 견뎌냈는지 묻고 싶다.

늘어나는 개체수에 비해 먹이가 많이 궁할텐데 생계는 꾸려갈 만한지도 묻고 싶다.

 

정상부에 다가 갈수록 산행은 점점 더 힘들다.

땀을 많이 흘려서 더 많이 지치고 산행길은 더 멀게만 느껴진다.

꿀맛 같은 막걸리 한 잔으로 다시 기운을 얻고 갈 길을 재촉한다.

하늘이 쾌청하지 않아서 멀리 조망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갈 길이 있고 나무와 꽃이 있어서 산은 아름답다.

 

하산 길에 천둥소리가 산을 울린다.

비가 오려나보다.

나무, 꽃 그리고 산짐승들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던 비였던가.

그들도 이제 한 숨을 돌릴 수가 있겠구나.

내심 소나기가 펑펑 쏟아지더라도 비를 맞아야겠다 다짐하며 하산길을 재촉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지켜 온 방태산

그의 힘으로는 비를 품을 수 없었나.

비는 끝내 오지 않았다.

천둥소리는 헛기침이었다.

 

 

 

 

 

 

 

 

 

 

 

 

 

 

 

 

 

 

 

 

 

 

 

 

 

 

 

 

 

 

 

 

 

 

 

 

 

 

 

 

 

 

 

 

 

 

 

* 일     시 : 2012년 6월 23일

 

* 산 행 로 : 미산계곡 - 깃대봉 - 배달은 산 - 주억봉 - 매봉령갈림길 - 방태산 자연휴양림

 

* 산행시간 :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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