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부다
나는 어부다
깜깜한 바다
잔잔히 출렁이는 파도를 가르며 바다로 나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만선을 꿈 꾼다.
언제였던가
바다에 나서기 전 조각 잠 속에서 배가 기우뚱 거릴만큼 고기를 양껏 잡아서 으시대며 항구로 들어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날 나는 하루종일 바다를 뒤져서 손바닥 보다도 작은 고기
딱 한 마리 잡아서 축 쳐진 어깨를 추스르며 항구로 들어왔다.
바다는 언제나 그랬다.
그곳은 인간의 욕심을 채워주는 곳도 아니며
인간의 이상을 마음껏 펼 칠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다만,
소박한 삶을 이어가는 어부의 겸손함을 기꺼이 받아주는 그런 곳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바다에 나설 때마다 욕심을 내려 놓기 시작했다.
욕심을 내려 놓기 보다는 작은 포기를 다진 셈이다.
그래서 바다에 나가는 날에는
짭조름한 바다냄새,
여유롭게 유영하고 있는 작은 섬들,
그 어떤 것도 양보 할 것 같지 않은 사나운 기세로 섬을 점령한 갈매기,
그들에게 안부나 여쭙고
내가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순간에 대한 감사함으로 무장한다.
거기에 친구들과의 작은 우정을 양념처럼 뿌리면 또 하나의 그럴듯한 행복이 된다.
생각지 않게 큰 고기를 잡고 제법 양도 채웠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우럭을 올릴 때마다 환희심을 숨길 수는 없었다.
가끔은 한 번에 두마리씩 매달려 올라오는 모습에서 주체할 수 없는 감동도 맞봤다.
어쭈구리.
혹시 나는 어부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물비늘 사이에서 소박한 웃음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이렇게 바다를 웃길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만선의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착각은 아니었을까.
인간은
주체하지 못할 만큼의 양에 대한 욕구가 잠재되어 있다.
그것이 잠시의 행복일 수는 있겠지만,
결코 오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치기 까지는 많은 잃어버림이 필요하다.
잃어버리지 못한 사람은 작게 가지는 것에 대한 행복을 알지 못할 것이다.
만선을 꿈 꿨던
그 꿈을 통해서 행복을 얻고자 했던
나는 어부다.
* 일 시 : 2012년 6월 16일
* 출발/도착항 : 인천 연안부두
* 승선시간 : 1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