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소백산

桃溪도계 2012. 6. 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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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하늘 맑고

꽃 고운 길일을 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큰 산에 오르면서 인간의 조건을 세세하게 요구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산은

인간의 요구를 다 들어 줄 수 없을뿐더러

설령 들어줄 수 있다해도 쉬 들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도 자연의 한 요소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산에 올랐다가

다행히 하늘이 맑으면 자연의 기운이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꽃이 고우면 그 또한 자연의 작은 조화라 생각해야 할 일이다.

산에서 무엇을 찾고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산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소백산에 철쭉을 뵈러 가겠다고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철쭉 꽃 한 송이를 본다 한들 무엇이 달라 질 것이며

보지 않는다 한들 또한 무엇이 달라 질 것인가.

그런데 인간은 욕망의 충족을 위하여 앞 뒤 가리지 않는다.

한 순간 필요하면 애닮아 하고

어떤 순간에 필요치 않으면 영원히 찾지 않을 것처럼 살아간다.

 

내게 철쭉 꽃이 왜 필요했을까.

산 구름이 넘나드는 소백산의 능선을 걸으며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모진 겨울 바람을 견뎌냈을 나무들에게 말을 건네본다.

말 없이 꽃 송이만 보라한다.

한 송이의 꽃 속에 세상 모든 근심과 기쁨,

행과 불행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작은 우주였다.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까.

꽃이 작게 피었다고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았다고 투덜거린다면 철부지와 다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태산 같이 높은 산능성이에서 한 송이의 꽃을 마주 할 수 있으면 행복이다.

 

소백산에서 철쭉을 만나는 일은

내게 아름다운 변화를 이끌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맑고 고운 인연을 통해서 내 자신이 잠시라도 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탄성을 자아낼 만큼의 화려함이 아니어도 좋다.

단 한 송이의 꽃이라도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내게서 지워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철쭉을 만나고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소백산을 내려 오는 일도

내게는 범상치 않은 행복이다. 

 

 

 

 

 

 

 

 

 

 

 

 

 

 

 

 

 

 

 

 

 

 

 

 

 

 

 

 

 

 

 

 

 

 

 

 

 

 

 

 

 

* 일     시 : 2012년 6월 3일

 

* 산 행 로 : 죽령 - 제 2연화봉 - 연화봉 - 제 1연화봉 - 비로봉 - 주목 감시초소 - 천동야영장 - 천동계곡 - 천동리

 

* 산행시간 : 5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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