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삼각산
도봉산/삼각산
1호선 전철을 타고 회룡역에 다다를 쯤 차창밖으로 도봉산과 삼각산의 주능선이 시선에 맺힌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내심 기대감으로 설렌다.
이미 내 삶의 굴레에서 정해진 길이었기에 피할수도 없는 일이다.
친구가 동행하겠다고 전화를 걸어왔을 때, 반신반의 했다.
친구는 회룡역에 약속대로 나와 있었다.
아직 산행의 난이도를 잘 모르니까 겁없이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을 다졌으리라.
들머리에서 사패능선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산행초입부터 계속 오르막 길을 올라야 하는 탓에 친구는 헉헉댄다.
나 역시도 만만치 않다.
마침 동네에서부터 함께 동행했던 동료는 곧잘 걷는 터라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곁눈질 하면서 적당하게 끌며 밀며 친구와의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아직 산행다운 산행을 해보지 않았던 친구였기에 경계를 늦출 수도 없다.
자칫 포기해 버리면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 하면서도 곧잘 따라와 줘서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
태산을 지고 태산을 오르는 기분을 느꼈으리라.
사패능선에 올라 세상에서 가장 값진 물 한 모금 적시고 다시 능선을 따라 걷는다.
친구는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치겠다며 고개를 저으며 혀를 내두른다.
기분 전환도 할 겸
능선 길에서 사진을 한 두장 찍어본다.
산행에 함께 나선 사람들은 멧돼지처럼 저돌적으로 걷는다.
한 순간도 방심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사진을 찍거나 물 한 모금 마시려고 어물쩡거리고 있으면 어느새 꼬리가 보이지 않는다.
내리막 길에는 마음껏 뛰어도 길이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일행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투 행군을 연상케하는 산행이다.
산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들이 한 마디씩 입을 댄다.
'저렇게 앞 뒤 안 보고 뛰 듯이 걸을 것이면 뭣하러 산에 왔나'
'산에 올랐으면 경치도 구경하면서 세상 근심도 풀고 그렇게 해야지'
'이렇게 좋은 산에 와서 좋은 공기도 마시고 해야지 이해 할 수가 없어'
그러게 내 자신도 이해가 안되는데 어떻게 댁들이 이해를 할 수가 있을까요.
우리가 산에 오른 목적은 그대들과 분명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목적에 충실하고 있으니 더 이상은 거들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혼자 되내이면서 걷는다.
어느새 도봉산을 내려와 우이동을 거쳐 다시 삼각산으로 이어가는 중이다.
보통 때 같으면 오늘 하루 산행을 마칠 만큼의 거리를 걸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아직 목표가 남아있다.
해 떨어지기 전에 삼각산 고지를 점령하지 못하면 적들에게 함락되고 말 것이다.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다.
삼각산으로 진군!
다리가 풀리면서 짜증도 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정한 나의 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꽤 많은 거리를 빠른 시간내에 걸었기 때문에 피로가 많이 쌓였다.
함께했던 동료들도 많이 힘들어 한다.
친구는 깡다구로 버티며 걷는다.
은근히 박수를 보낸다.
힘내라 친구야!
내가 힘들 때,
네가 힘들 때,
친구라는 이름으로
나는 너를 응원하고
너는 나를 위로하며 함께 동행하고 싶다.
비록 오늘 산행에서 힘든 하루를 채웠지만
이 또한 우리들의 길이었기에
그리고 미룰 수 없는 길이었기에
친구가 있었기에 더 뿌듯하고 행복한 하루였다네.
함께 산행했던 모든 산우들의 건강과 건투를 빌며
아름다운 날을 꿈꾼다.
* 일 시 : 2012년 02월 26일
* 산 행 로 : 회룡역 - 사패능선 - 자운봉 - 우이암 - 우이동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 - 청수동암문 - 사모바위 - 비봉 - 연신내
* 산행시간 : 7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