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운악산
桃溪도계
2011. 12. 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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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올해 마지막 산을 올랐다.
큰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해가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한다.
산은 계절에 따라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낙엽을 만들었다가
눈을 덮어 쓰기도 한다.
올 한 해
틈날 때마다 총총거리며 산을 올랐지만
딱히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물론, 깨달음을 얻으러 산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막연하게 내 자신에 대한 겸손을 더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 해의 산을 내려오고 보니
기대만큼 겸손의 덕을 갖추지 못했다.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모자람이 많은 삶인데
채우기 보다는 모자라는 대로 이렇게 사는거야.
내년에 또 다시 산을 오르며 모자람을 알아가는거지 뭐.
내 인생의 산을 내려오는 날
나는 조금이라도 겸손의 가치를 몸에 새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산에 오를 때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말고
아무것도 이루려 하지 말고
아무것도 얻으려 하지 말자.
그냥 발 길 닿는대로
호흡이 열리는 만큼 오르자.
산을 내려오면
산에 오른 일을 기억하지도 말자.
다음에 또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제 산에 올랐던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이 지혜로움 일 것이다.
* 일 시 : 2011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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