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중앙마라톤(Full - 11)
2011년 중앙마라톤
이별의 계절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길을 따라 쉼 없이 달린다.
어디쯤에서 온전하게 돌아설 수 있을까.
익숙하지만
언제나 어설픈 이별이었던 가을처럼
또 다른 이별을 꿈꾼다.
비가 내린다.
2만명 이상의 전사들이 아랑곳 않고 주먹을 불끈 쥔 채 빗길을 달린다.
함성이 빗물에 녹아 하늘로 올라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비틀거리지 않고 결승점을 밟을 수 있기를 다짐한다.
노란 은행잎들은
농익은 가을을 스케치하고
가을비는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 길 가에는 응원 나온 사람들이 드물다.
그들은 그들만의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하고 있나보다.
마라톤은 언제나 힘들다.
단 한 번 만이라도 수월하게 달릴 수 있기를 꿈꾸지만
그것은 꿈일 뿐이다.
하프를 넘기면서부터 조금씩 페이스가 흐트러진다.
잘 달려 왔는데 덜컥 겁이난다.
끝까지 달릴 수 있을까.
35킬로미터를 지나면서부터는 저장 해 뒀던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었다.
좀 더 열심히 연습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나를 내려 놓아야 한다.
그런데 놓을 수가 없다.
어떻게 살아 온 인생인데 쉽게 놓을 수가 있겠는가.
놓아야만 살 수 있다는 단순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으니 이렇게 고통 스러운거야.
바보처럼 왜 그것을 모를까.
달리기를 끝낸 지금에는 충분히 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달릴 때에는 놓지 못할까.
비가 그치지 않는다.
오늘은 숙명처럼 비와 이별을 할 수는 없다.
마라톤을 하면서 언제나 고통으로부터 이별을 꿈꾸지만 그럴수가 없다.
때로는 이별이 아름다운 법이다.
이제는 이별이 아프지 않다.
가을아! 가거라.
'포기하지 않은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
* 일 시 : 2011년 11월 06일
* MODE : Full
* 기 록 : 3시간 50분 53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