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밤
우정의 밤
교문을 나선 지 30년이 되었다. 뒤돌아 보면 세월이 주는 교훈 따라 얻은 것도 많았지만, 세월이 주는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때도 많았다. 함께 했던 친구들은 반백이 되어가고 얼굴에도 지워지지 않는 주름을 그려 넣었다. '바르게 살라'고 엄한 꾸짖음으로 가르쳤던 선생님들도 이제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바쁜 시간들이다. 학교 다닐 때에는 30년의 미래를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지금 그 자리에 서 있다. 떼쓰서 달려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밀려서 온 것도 아닌 세월. 짧은 세월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세월을 이만큼 덮어도 무엇을 이루려 달려왔는지, 또 무엇을 이루려 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저 달려온 세월처럼 무작정 앞으로만 가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쯤 지나 온 세월을 회상하며 좀 더 멋지고 근사한 미래를 계획하고 그렇게 살아야 할까.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우리들에게 어제는 이미 뱉어 버린 세월이어서 돌이키거나 수정할 수 없으며, 내일은 아직 오지도 않았거니와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시간에 대하여 미리 계획하거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게 주어지는 오늘, 이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이 시간을 알차고 후회 없게 살아가면 될 것이다.
30년 전에는, 30년을 먼저 산 선배들을 보면서 빛바랜 이파리처럼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리고 우리는 아직 성성한 푸름을 가슴 가득 채우고 살아간다는 느낌이다. 세월에 대한 반항일까 아니면, 세월이 주는 묘한 조화일까.
자주 뵌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 30년 만에 처음 보는 친구들이다. 모두 그들만의 굴곡을 아름답고 슬기롭게 잘 헤쳐왔으리라 생각하기에 더욱 멋진 친구들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번 스치듯이 만나서 떠들고 웃다가 다시 보지 못할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정을 나눈 친구들이기에 이 기회를 빌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는 동행이기를 기대한다.
우리에게 남은 인생도 반드시 평탄하고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맞는 모든 일들에 대하여 우리는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부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그 선택권을 우리는 가지고 있음을 명심하자. 부정적인 일에도 반드시 긍정이 있고, 긍정적인 일에도 반드시 부정이 있다네. 부정을 긍정으로, 긍정도 긍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매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셈이다.
친구야!
우짜든지 맑고 건강하게 살자꾸나.
[일 시 ] 2011년 10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