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지리산 종주(6)

桃溪도계 2011. 6. 19. 21:34
반응형

 

지리산 종주

 

기쁨을 알기 전에는 슬픔의 색깔도 알 수 없었다.

지리산에 다가서기 전에는 막연하게 지리산일 뿐이었지만,

내가 그에게 다가섰을때 지리가 智異임을 알 수 있었다.

혼자 지리를 오를 수 있을까.

글쎄, 오를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항상 지리에 오를 때마다 동행의 손을 잡는다.

지혜를 얻고 싶기 때문이다.

 

곤하게 잠든 깜깜한 새벽을 깨워 노고단을 향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땀을 흠씬 흘리면 알지 못할 감흥에 젖는다.

맑지 못한 일기 때문에 새벽 별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우리는 노고단을 딛고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자자인다.

노고단에서 반야봉으로 이어가는 길목.

나는 아직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준비가 모자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니기에

동행이 있기에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 오듯 흘리는 땀방울 속에도 내가 보이지 않는다.

 

반야봉에서 세석평전으로 이어가는 길

나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지나친 배려는 간섭일 수도 있다.

그것을 왜 몰랐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무관심으로 觀하는 것이 지혜다.

 

세석산장에서 여장을 풀고 갖은 군상의 사람들을 접한다.

지리산에 올랐지만 미혹함이 많은 인간임을 지울수는 없나보다.

내심 지리산에 올랐으므로 마음도 커졌음을 은근히 내세우면서도 

쏙쏙 돋아나는 이쑤시개 같은 뾰족한 마음들을 감추지는 못한다.

하늘에 하나 둘 별이 뜬다.

나도 예외 일 수는 없구나.

 

하룻밤 사이에 지리의 마음도 가벼워졌나 보다. 

새벽 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우리는 또 다시 서늘한 기운을 가르며 산행을 이어간다.

장터목으로 가는 길.

세상은 깜깜하지만 나는 깨어 있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깨어 있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이 아직 닫혀 있음이다.

이 산행을 다 끝내기 전에 지혜를 하나 얻어서 하산 할 수 있을까.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

마음을 비우지 않고는 오를 수 없다.

내가 가진 모든 욕망과 삿 된 마음을 내려 놓고

오직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얻으려는 한가지 마음만 되내이며 오른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맑은 하늘에 걸린 천왕봉은

맑고 아름답게 살아가라고 주문한다.

천왕봉에 오른 감격을 채 감추기도 전에 중산리를 향해 지리한 하산 길에 들어섰다.

나는 왜 산에 오르고

또 다시 그 산을 내려오는가.

지혜를 얻기 보다는 지혜로 포장되었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마음이 편치않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 그 지혜를 담을 준비가 모자람을 깨닫는다.

 

 

 

 

 

 

 

 

 

 

 

 

 

 

 

 

 

 

 

 

 

 

 

 

 

 

 

 

 

 

 

 

 

 

 

 

 

 

 

 

 

 

* 일     시 : 2011년 6월 17일 ~ 19일(1무 1박 3일)

 

* 산 행 로 : 성삼재 - 노고단 - 반야봉 - 삼도봉 - 벽소령 - 세석산장 - 촛대봉 - 장터목 - 천왕봉 - 중산리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