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절봉
칠절봉
산삼을 만날수도 있다는 기대감은 더 많이 설레게 한다.
산삼이 아니면 어때.
더덕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행운이지.
더덕이 아니라면 곰취 향기를 품을 수 있으면 행복하지.
곰취가 아니더라도 참취나 갖은 산나물들을 만날 수 있으면 웃을 수 있겠다.
용대 자연휴양림에서 발걸음을 이어가면
긴 계곡을 따라 능선애 오른다.
사람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는 오지이다.
가끔 매봉산을 찾는 사람들은 있지만,
칠절봉 능선을 따라 산행을 이어가는 사람은 드물다.
원시림 처럼 빽빽하게 늘어선 나무 숲 속에서 자칫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봉산 갈림길에서 칠절봉으로 발길을 돌렸다.
건강한 숲 속을 걷는 느낌은 행복이다.
폐부 깊숙이 내재되어 있던 오물들을 산 속에 내 놓고
나는 산이 주는 아름다운 향기를 가슴에 차곡차곡 채운다.
내가 버린 오물들을
산은 고스란이 받아들여 깨끗하게 정화해 낼 것이다.
그는 자연이기 때문이다.
칠절봉에서 향로봉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산행을 이어갈 수 없음이 아쉬웠다.
물론 조금 더 갈 수는 있겠지만
민간인이 향로봉을 오를 수는 없다.
그곳은 이데올로기가 다른 불행한 민족의 경계가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칠절봉에서 원점으로 되돌아 오면서
우리는 곰취 향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해발 700미터 이상에서 자생하는 곰취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자연에서 곰취를 만나는 일은 사뭇 흥분되게 한다.
막연하게 동경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으니까.
어찌 무덤덤하게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칠 수 있을까.
"심봤다"
아니다. "곰봤다"..ㅎㅎ
이렇게 외치면서 막걸리를 들이키는 가슴이 넉넉하고 뿌듯했다.
'산이 참 좋다'
하루종일 이렇게 흥얼거려도 실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 일 시 : 2011년 5월 28일
* 산 행 로 : 용대리 자연휴양림 - 매봉 분기점 - 칠정봉 - 용대리
* 산행시간 :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