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지리산 바래봉

桃溪도계 2011. 5. 2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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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바래봉

 

여름 같은 비가 내리고 난 후

사람들은 지리산 자락 바래봉으로 모여 들었다.

산이 있고 꽃이 있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었겠지.

꽃이 피면 벌과 나비들만 모여드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모여든다. 

나 역시 천리 먼 길에서 향기를 기억하고 그곳으로 갔다.

꿀이 필요했을까.

설령 꿀이 필요하더라도 꿀을 어떻게 담아 갈 것이가.

 

내게는 필요한 것이 있었다.

허전한 마음을 채울 무엇.

허상으로 가득 채워진 마음을 비울 그 무엇.

그것이 꿀이었다.

손으로 담을 수도 없고, 입으로 담을 수도 없는.

오직 눈으로만

가슴으로만 담아낼 수 있는 꿀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다.

꿀이 모자란다.

조금 더 갖겠다고 싸울수는 없다.

그렇게 마음 먹는 순간 한 방울의 꿀도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슴에 담을 양이 모자란다면 눈에라도 조금 담아가는 수밖에.

돌아가는 천리 길이 힘들지 않을 만큼만 담아가자.

다음에 또

향기를 기억하고 천리 길을 달려 올 수 있을 만큼만 담아가자.

 

지금 나는 행복하다.

꿀을 많이 담아 오지 않았는데도 행복하다.

지리산 바래봉의 향기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가끔은 세월이 두렵다.

세월의 더깨를 쌓아가면서 삶의 지혜를 깨달아 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만큼 내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 두렵다.

아직은 내 놓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아직은 준비 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철 없이 지혜를 깨닫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인데..

두려움을 모르고 세상에 나를 내 놓다는 것은 불행 일 수도 있다.

 

바래봉 철쭉의 향기..

그를 기억할 만큼만이 아니라,

가끔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기 보다는 배가 고픈 만큼 달겨드는 것이  

인간적인 고뇌를 풀 수 있는 현명한 길이 아닐까. 

 

 

 

 

 

 

 

 

 

 

 

 

 

 

 

 

 

 

 

 

 

 

 

 

 

 

 

 

 

 

 

 

 

 

 

 

 

 

 

 

 

 

 

 

* 일      시 : 2011년 5월 22일

 

* 산 행 로  : 수철리 - 세동치 - 팔랑치 - 철쭉군락 - 바래봉 - 운봉주차장

 

* 산행시간 :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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