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노추산

桃溪도계 2011. 1. 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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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추산

 

다소 독특한 이름을 가진 노추산은 강원도 정선의 심심산골의 오지에 자리잡고 있다.

신라시대 때 설총이 이 산에 들어와 수도하던 중, 사달산에서 바라본 노추산의 풍경이 노나라의 공자와,

추나라의 맹자의 기상이 서려있는 산이라 하여 노추산이라 하였다 한다.

조선시대 때는 율곡이 입산하여 학문과 심신을 단련하였다 한다.

1950년 중반에 설총과 율곡 두 성인을 기리는 이성대(二聖臺)를 지어 위패를 모시고 제를 올린다고 한다.

 

노추산 정상에 오르면 북으로는 조고봉, 발왕산, 서로는 무명봉, 가리왕산, 동으로는 사달산 등이 앞뒤로 이어지며 동해 바다까지 

사방팔방이 확 트인다.

이 산에 올라 전대의 학자들처럼 세상을 굽어보며 자신의 큰 뜻을 외쳐보는 것도 산행의 진미 중에 하나 일 것이다.

 

산 정상에서 깊고 넓게 뻗친 산굽이를 보며 잠시 자신을 살펴본다.

나는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를 향하여 가는가.

밑도 끝도 없는 길 위에서 정거장을 만들고 종착역을 새기려 하지는 않는가.

 

사람들은 흔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흔적을 남겨서 무엇을 어쩌겠다는 말인가.

세상에 태어났다가 흔적없이 사라지면 제 소임을 다 한 것이 아닐까.

아무리 잘 난 흔적도 없는 것만 못하거늘, 사람들은 못난 흔적을 새기려고 욕심을 부린다.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깜찍스러운 기교일 뿐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우매함이 서글플 뿐이다.

 

자연에서

인간이 사라지면 세상은 평화다.

인간은 자연의 재앙을 만드는 동인(動因)일 뿐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의 에너지를 빌어서 태어났으면,

흔적없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 가는 것 만이 자연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내가 가진 큰 뜻이 있다 한들

그것은 인간이 자연에 기대서 살아가는 동안,

자연의 요구대로 흔적없이 살아 갈 수 있는 철학을 구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노추산을 내려오면서

자연은 왜 인간에게 품을 내어줄까 생각해 본다.

자연은 자연이기 때문에

인간을 비롯한 세상 누구에게도 제 품을 기꺼이 내 주는 것일까.

 

 

 

 

 

 

 

 

 

 

 

 

 

 

 

* 일     시 : 2011년 1월 30일

* 산 행 로  : 종량동 - 폐광터 - 노추산 정상 - 이성대 - 옹달샘 쉼터 - 오장폭포 - 절골

* 산행시간 : 5시간

* 위       치 : 강원도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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