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
계방산
몹시 추운날
우리는 추억을 찾아 떠났다.
그곳에만 가면 언제나 산호초 같은 상고대를 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
한겨울 내내 하얀 눈 꽃으로 장식되어 있던 상고대가 보이지 않는다.
아쉬움이 밀려든다.
그렇다고 실망 할 일은 아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잠시 생각을 내려 놓을 틈도 없다.
물론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도 싹 감춰졌다.
산을 오르면서 ..
이렇게 추운 날, 내가 왜 여기를 오르고 있을까.
자꾸 자신의 발걸음에 대한 투정을 늘려 갈 뿐이다.
추위를 벗어나기 위하여 온 생각을 집중하다 보니 사람은 단순해진다.
육체적인 고통은 정신을 단순화 시킨다.
그래서 성인들은 자신의 육체적인 고통을 통하여 새로운 정신세계를 얻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추운 날씨에 계방산을 오르면서 육체적인 한계를 이겨내려 한다.
어느 정도의 추위는 미리 준비 했겠지만,
그 이상의 추위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산을 오를수록 빨리 내려가고 싶은 생각만 있을 뿐이다.
오직 그 한 생각만이 나에게는 진실이다.
산을 내려오면서
내게 육체적인 고통이 가해지면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섭리겠지만
고통으로부터 좀 더 처연해 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 육신이 갖는 고통 쯤은 정신으로 이겨 낼 수 없을까.
무엇을 얻고자 함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정신의 세계가 좀 더 강건했으면 좋겠다.
육신이 춥다고
줏대없이 정신도 추워지는 내 자신이 안쓰럽다.
* 일 시 : 2011년 1월 8일
* 등 산 로 : 운두령 - 깔딱고개 - 주목군락 - 정상 - 주목 삼거리 - 옹달샘 - 이승복 생가 - 아랫삼거리
* 등산시간 : 4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