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치악산 - 돌탑
치악산 비로봉 꼭대기
하늘을 닮고자 했던 사람이 돌탑을 쌓았다.
무슨 소원을 빌고자 했을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작은 돌멩이에 소원을 얹어 탑을 쌓는 풍습이 있다.
정성껏 돌탑을 쌓으면서도 작은 소원 하나도 이루지 못해서 실망할 때도 있었겠지만
또 다시 소원을 이루고자 할 때에는 탑을 쌓는다.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지 않으면서도 돌멩이를 얹으며 기도를 한다.
그것은 돌탑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확신 보다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수히 부딪히게 되는 불확실성에 대하여 조금은 위로를 받고자 함일 것이다.
그리고 눈앞에 닥친 어려운 현실을 비켜 갈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함일 것이다.
돌멩이를 쌓는 기도가 얼마나 영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심리를 드러내는 일이라 할 것이다.
돌멩이로 탑을 쌓아서 소원을 이루려는 것은 모순의 비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회만 되면 그렇게 행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큰 산을 오르는 네팔의 산악인들도 돌탑을 쌓으며 안녕을 빈다.
그리고
중세문화가 잘 발달된 서양의 유적지 분수대에서
동전을 던져 넣으며 소원을 담아 보는 것도
돌탑을 쌓는 기도와 별반 다를게 없다.
사람은 없던 기적을 이루기 위한 기도 보다는
현실의 위험으로부터 안녕을 얻기 위하여 기도를 하는 것은 아닐까.
돌탑을 쌓으며 기도를 하는 것은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한 기도라기 보다는
작은 위험을 피해가려는 소박한 기도일 것이다.
비로봉 꼭대기에 세개의 돌탑은 산의 높이를 높여놨다.
하늘에 닿기 위하여 산을 높이고자 기도했을까.
그랬다면 탑을 쌓은 사람의 기도가 제대로 통했겠지만
그 사람의 기도는 그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척박한 환경에서 오직 한 마음으로 탑을 쌓으며 그토록 원했던 그의 기도는 소원대로 이루어졌을까.
설령,
이루어졌다 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랴.
탑을 다 쌓고 나서
그는 자신이 자연의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일 시 : 2010년 11월 28일
* 산 행 로 : 입석대 - 입석사 - 비로봉 - 사다리병창 - 세렴폭포 - 선녀탕 - 구룡사
* 산행시간 : 5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