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내장산
내장산은
계곡이 내장內腸과 같이 길고 꾸불꾸불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전설이 있다.
그러고보니 협곡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계곡을 보면 그럴 듯도 하다.
산의 크기에 비해 계곡이 좁은편이라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른다.
내장사에서 계곡입구에까지 이어진 단풍나무의 행렬은 해마다 고운 단풍을 매달아
가을의 전령사임을 자처한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그들은 빨갛게 화장을 하고 객들을 맞는다.
아름다운 날에
멋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연서를 보내왔다.
내가 멋진 사람일까 생각해보면 좀은 겸연쩍은 일이다.
굳이 따지자면 멋지지 못할 이유도 없다.
큰 기침 한 번 하고 내장산으로 스며 들었다.
내장 저수지 입구에서 가파른 등로를 따라 땀을 흠뻑 흘리면 산등성이에 올라 선다.
그리 높지 않지만 천지 사방이 확 트인다.
이만한 수고로 남도의 넓은 평야와 굽이진 산맥들을 가슴에 다 담을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불출봉을 지나 만년봉으로 이어가는 능선 길은
다소 협소하고 암릉이 펼쳐져 있다.
아무리 초청된 인사라지만 요식적인 형식은 갖추라는 주문일테다.
내장산의 산등성이를 이어가면
넓게 펼쳐지는 시야는 저절로 마음마저 풍요롭게 한다.
젊은날
내가 이렇게 품 넓을 기개를 가질 수 있었더라면
나는 좀 더 넓은 아량으로 살았을텐데
좁은 가슴 만큼이나 좁은 아량을 누구에게 말하리.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내장의 넓은 품을 배웠으니
더 넓게 더 크게 이웃을 품으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산 등성이에는 벌써 낙엽을 지운다.
잠시 들렀던 한파의 심술을 피하기 어려웠나보다.
산 중턱에는 형형색색 단풍이 곱다.
초청을 받은 객들도 화려한 손짓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겁다.
산 자락에는 아직 준비가 모자란다.
그림을 그리려고 물감을 풀다가
들이닥친 손님들 때문에 미처 색을 올리지 못했나보다.
괜히 그에게 송구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서둘러 허겁지겁 들릴 것이 아니라.
좀 찬찬히 여몄다가
다음주 쯤에 들렀으면 이리 당황하지는 않았을텐데...
다음에 다시 내장에 들릴 일이 있으면 미리 기별이나 하여야겠다.
잠시
설익은 내장의 품에 안겼지만 나는 더 없이 행복하다.
가을이 떠난다고 서둘러 떠나지 말고
좀 더 우리 곁에 머물렀다가 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 일 시 : 1010년 10월 31일
* 산 행 로 : 내장 저수지 - 서래 갈림길 - 불출봉 - 망해봉 - 멍뱅이재 - 연지봉 - 까치봉 - 내장사 - 매표소
* 산행시간 : 5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