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삼각산 숨은벽

桃溪도계 2010. 10. 1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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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 숨은벽

 

가을을 맞으러 떠나는 길에 마음이 먼저 서두른다.

가을 낙엽을 만날 때마다 비로소 나는 세월의 나이테를 읽을 수 있으며

무상한 세월 속에 나의 흔적을 들춰보기도 한다.

이 가을에

나는 꿈틀거리는 감성을 재울길 없어 가끔 밤을 설치기도 한다.

또 어떤 때에는

한 줄의 싯구를 자아내기 위해 끙끙 앓기도 한다.

결국 나의 가을은 언제나 고독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한양을 실하게 품어 안은 삼각산의 가을은 편안할까.

백운대 북쪽 사면을 받치려고 불쑥 솟아 오른 숨은벽의 가을은 어떤 향기일까.

 

아무려면 어떠랴 천지에 가을이 내려왔는데..

나는 근심을 털어내고

마음껏 가을을 품으면 되리라.

백운대 정상에 오르면 가을은 더 높고 더 맑다.

 

가을에는

내 천한 품성을 삼각산 바위에 묻어두고 싶다.

그리하여

몇 년이 흐른 뒤에는

곰삭은 김치 같아서

입 맛 잃은 사람들에게 입맛을 돋궈주고

삶의 향기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연한 향기를 내어주리라.

그래서 더 아름다운 삼각산의 가을이고 싶다.

 

산을 내려오면

나는 또다시 아무렇게나 자란 잡풀 처럼 살아가겠지만

삼각산을 오르는 날에는

옷 매무새를 고치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엄숙하게 거울 앞에 서리라.

 

삼각산에

또 하나의 세월의 꼬리표를 달고 내려오는 길에

행복으로 가득 채워진 가슴을 보듬는다.

 

 

 

 

 

 

 

 

 

 

 

 

 

 

 

 

 

 

 

 

 

 

 

 

 

 

 

 

 

 

 

 

 

 

 

 

 

 

 

 

 

 

 

 

 

 

* 일      시 : 2010년 10월 16일

 

* 산행코스 : 효자비 - 사기막골- 숨은벽 - 백운대 - 도선사 - 우이동

 

* 산행시간 : 5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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