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 行
제주 올레길(9길)
桃溪도계
2010. 5. 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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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9길)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
어제 33km 이상 걸었으니 대원들도 많이 지쳐있고
굵어진 빗줄기는 그칠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웃비가 들면 가든지
아니면 오늘은 쉬었으면 좋겠다는 눈치를 애써 피하고는 행군을 감행했다.
얼씨년스러운 첫 걸음에 모두들 서글픈 모습들이다.
올레 9길은 산길이어서 제주도라는 느낌이 살아나지 않는다.
길가에 좌우로 자리잡은 귤밭만이 이곳이 제주도임을 알리는 유일한 이정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인데다가 비까지 많이 내려서 길에는 사람이 없다.
오는 사람도 없고 가는 사람도 없다.
산 구름이 낮게 드리운 밭에는 일하는 사람도 없다.
민가를 스쳐갈 때
이방인을 경게하는 개 짖는 소리만이 사람이 사는 곳임을 증명한다.
돌담에 작은 막대기를 끼우고 올레길 이정표를 달았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작은 정성이 깃든 풍경도 쉽게 놓치고 싶지는 않다.
올레길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길이다.
사람은 자연을 떠날 수 없고..
길은 사람을 떠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
함께하는 동안 아름다운 길 만 생각하자.
길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비도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길을 우리 가족만이 길이었음을 되새겨주고
다시 10길을 이어갈 수 있었다.
* 일 시 : 2010년 5월 23일
* 행군거리 : 9.5km
* 위 치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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