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行

광교산

桃溪도계 2009. 7. 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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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

 

개발이란 미명하에 다 떠밀려가고 이제 마지막 몸부림만 남았다.

한 때 광교산은 속 깊은 오지였을터인데..

산자락 주변에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쭉쭉 뻗은 아파트와 갖가지 공공시설물로 잠식 당하고 이제는 산 만 덩그러니 남았다.

산도 몸살이다.

산자락에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산을 찾는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산이라기보다는 산을 흉내 낸 공원이라는 느낌이 든다.

용인시 신봉리 부근에 오두막 한 채 남았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초가를 걷고 슬레이트 지붕을 올렸겠지만,

초가의 본 모습은 그대로 간직한채 홀로 남아있다.

지금은 사람이 살 지 않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

마을 초입에 있는 오두막집 뒤로는 최신식 건물들이 불쑥불쑥 솟아나고 있었다. 

 

 

산악회를 따라나선 산우들이 60여 명이나 된다.

가까운 근교산행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날씨가 무더운 휴일날 집에 죽치고 있어봐야 짜증만 늘어날테고...

차라리 산에 올라서 찡그린 짜증일랑은 내려놓고

산 그늘을 따라 걸으며 시원한 웃음을 담아오자.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아는 산 길도 가끔은 옆 길로 새기 일쑤다.

산에 오르면 인간의 오만을 버리고 겸손을 배우라고 산이 일러주는 가르침일거야.

별 의심없이 앞만보고 걷다가 길을 잘 못 들어선 일행들..

그들을 좇아가 되돌아세워서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오는 용팔이 대장님의 의기양양한 미소가 지친 피로를 풀게한다.

 

 

 

작은 계곡에는 충분치 않지만 소담스럽게 물이 흐른다.

물이 내려오지 않으면 그냥 계곡이거니 생각했을 작은 폭포들이 앙증맞게 우리를 맞는다.

보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는게 인간이다.

마음도 그렇다.

가까이 두지 않으면 소리없이 멀어지는게 인간과 인간의 마음이다.

산도 자주 오르지 않으면 나와 멀어지고

친구도 자주 만나지 않으면 남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지울 수 없는 앙금은 있다.

10년을 오르지 않아도 산에 대한 정겨운 향수를 지울 수 없고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친구에 대한 우정과 신뢰를 덮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 산에 오르면 오랜 친구를 만난것처럼 마냥 좋다.

 

 

 

 

산행내내

산이 심심하지 않도록 산을 웃겨주던 산우들이

산을 배경으로 갖가지 폼을 잡는다.

그래...산아!

너 참 멋지구나.

 

 

 

 

시루봉 정상 턱 밑에서 만개한 나리꽃이 짙은 녹색에 붉은 채색을 한다.

폐부 깊숙이 들였던 녹음의 향을 잠시 불어내어 나리꽃에 보탠다.

그 덕분일까 한층 더 싱싱해진 빛깔로 내 마음을 적셔준다.

산과 사람.. 그리고 꽃과 나무.

우리는 혼자 살아 갈 수 없는 자연이다.

내가 지치면 네가 안아주고

네가 지치면 내가 업어주마..

그렇게 살자꾸나.

 

시루봉 정상의 광교산 정상석은 오늘따라 외롭다.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이 붐비는데도..

혼자 외롭다. 무슨연유일까.

너를 보는 내가 잠시 외로웠나보다.

잘있거라..

다음에는 웃으며 너를 맞으마..

 

 

 

광교산을 내려오며

계곡에 발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풀고 짜증을 씻어 낼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같이 산행한 산우들의 맛깔나는 담소와

삐뚤빼뚤한 웃음이 엉킨 광교산의 한나절이 아름다웠다.

 

* 일    시 : 2009년 7월 5일(일요일)

 

* 산행로 : 북부주차장(효행공원 주차장) -광교 헬기장옆숲길→삼단폭포계곡 →억새밭→노루목→시루봉 -법륜사계곡  

 

* 산행시간 : 4시간 30분

 

* 위    치 :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의왕시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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