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관악산
재잘재잘
조잘조잘...
향수에 취해 잠자던 꿈을 깨우며 중고등학교 동기들이 봄맞이를 나선다.
오랜세월 잊혀진듯 하면 깨우고 깨운듯 하면 잊힌듯 살아온 우리들이다.
이제 지천명을 앞두고
그동안 자신들만의 세계를 꺼내어 들추어본다.
어느 누구
수월하게만 살아온 친구가 있을까.
나름대로 많은 애로들을 슬기롭게 잘 극복해 온 친구들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에
웃으며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더 행복하랴.
우리들은 사당동에서 의기투합했다.
예의 그 당당한 걸음 속에 막걸리를 채워놓고
정상에서의 쭈~욱 ... 한잔을 생각하면 군침이 먼저 돈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산행초입부터 호흡이 비뚤어진다.
이럴줄 알았으면 평소에 산에 좀 다니면서 눈 인사라도 해 놓을걸...
그렇지만
우리는 오른다.
끝까지 웃으며 오를 수 있다...
우리들은 친구다.
한 호흡 돌릴때쯤
국기봉에 오른다.
사당동에서 오르는 관악산 산행은 풍광이 멋지다.
능선을 타고 오르는 동안 시야가 탁 트이고
세상 살면서 오물같은 험한 찌꺼기들을 마음껏 토해 낼 수 있다...
그래서 산이 좋다..
성미급한 친구들....
목이 타나보다.
막걸리에 두부김치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한 잔 하고 가잔다..ㅎㅎ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래서 우리는 친구다.
총무님....
무슨 근심에 골몰하시나이까.
어려운 세상을 고민하시나요.
산행이 힘들어 잠시 쉴 겸해서 큰 걱정거리를 담은 흉내를 내시나요..
이렇든 저렇든 멋집니다요..
행복한 산행이 좋고
시원한 웃음이 더 좋다.
어제 내린 비로 산은 촉촉하고 먼지가 없어서 너무 좋다.
이렇게 아름다운날 우리는 키득키득거리며 산을 오른다.
아지매...
거기를 왜 올라가요..
아이구야 무서버라..
떨어지면 어쩔려구... 겁도없네..
올라가서 보고..
어떤 세상이 있는지 좀 갈켜줘요.
관악문을 넘어가는 사람은 오래 오래 행복하답니다.
이 험한 길을 왜 올라오시나이까.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를 악물고 이렇게 올라오시나요.
쇠사슬 하나에 전신을 의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견딜만 합니까.
세상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평탄한 길을 갈 때도 있겠지만
험한 외나무 가시밭길을 갈 때도 있겠지요.
드뎌....정상이다.
수고들 많았습니다.
관악산 정상에서 우리는 행복한 땀을 닦으며
웃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숨길 이유가 없었지요.
너도 나도 어깨를 두드리며 행복 할 수 있었으니까...
연주대에는
벌써 초파일 등을 잔뜩 달아놨다..
저 작은 암자에 빼곡히 달아 놓은 등 때문에
무너지면 어쩌랴..
ㅎㅎ....
걱정도 팔자다...
암튼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배경으로 한 컷...
자...
묵자..
마음껏 묵고 마시자.
올라 오느라 고생했다.
허기진 배 가득 채우고 허우적거리며 내려가자.
어젯밤에 내린 비로
계곡에는 맑은 물이 내린다.
물 뿐이랴...
물 흘러내려가는 소리가 일품이다.
겨우내 향기를 잊었던 귀가 행복하다.
산수유가 만발한 봄 날에
우리들의 웃음도 격의 없이 허허롭다.
그렇다.
대단한 기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실망을 예고하지도 않았던 우리들만의 추억이다.
먼훗날
우리는 또 다시
이 작은 행로를 추억으로 들춰낼거다.
그러면서 웃고
저러면서 웃으며 한 세상 살아 갈 것이다.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이란다.
친구들아 ..
씩씩하게 행복해라
다음에 또 만나자...
* 일 시 : 2009년 3월 22일
* 산 행 로 : 사당역 - 국기봉 - 연주대 - 서울대
* 산행시간 : 5시간